[기고]외교정책에도 여론이 중요하다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기고]외교정책에도 여론이 중요하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5. 12.

요즘 미국과 일본의 밀월관계를 보면서 연초에 있었던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시스템 배치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논쟁을 떠올리는 국민들이 많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최근 한·미, 한·중관계 외교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더라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76%가 동의했다. 반대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더라도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74%가 동의했다.

양쪽 모두 소원해지더라도 양쪽 모두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얼마나 될까. 분석결과 56%로 확인됐다. 논리적 모순인 것 같아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선택적 입장과 균형적 입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선택적 입장과 균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걸까.

먼저 선택적 입장을 보인 응답층을 살펴보자.

진보는 한·미관계보다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보수는 한·중관계보다 한·미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인구사회학적 특성으로 보면 한·중관계를 중시하는 주요 계층은 남성, 40대, 자영업자였다. 한·미관계를 중시하는 주요 계층은 남성, 60대, 생산직 종사자였다.

한국전쟁을 겪은 60대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에 사회초년생이었던 지금의 40대가 한·미, 한·중 관계를 달리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또 자영업자는 외환위기 직후 대량실업으로 인해 급격하게 증가했고, 생산직 종사자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위협일 수밖에 없다.

균형적 입장을 보인 주요 응답층은 누구일까. 남성, 20대, 사무직 종사자였다. 20대는 자율과 경쟁의 서양식 가치와 공동체와 질서의 동양식 가치 모두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세대다. 사무직 종사자는 다른 직업에 비해 세상 돌아가는 지식과 정보를 많이 접하는 계층이다.

외교정책을 여론대로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외교정책 책임자가 가장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계층은 누구일까. 바로 균형적 입장을 보이는 계층이다. 이들은 대안적 시각을 가지고 외교정책을 바라보는 계층이다.

중국의 백두산 미사일기지와 북한의 핵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 안보협력은 남북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강화되어야 한다.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회의 시작전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반대로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체제에서 IMF가 유일한 대안일 때, 우리는 1997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강요받았다. 지금은 중국이 새로운 경제질서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 한·중 관계가 국내 주요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국내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결정단계에서 정책여론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관계자들은 한·미, 한·중 관계로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정책여론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왜냐하면 외교정책은 미래 대한민국의 국론이기 때문이다.


최정묵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