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본은 불필요한 갈등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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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일본은 불필요한 갈등 만들지 말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 16.

근현대사 한·일관계는 억압과 갈등으로 점철돼 있다. 하지만 한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외교·안보 사안에 관해서는 감정적 대응보다 실리적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비행’ 사안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이 아니라 불행한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본은 지난해 12월20일 동해상에서 조난당한 북한 어선에 대한 인도적 구조 활동을 벌이던 우리 해군의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 중 하나인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照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우리 해군은 해당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인도적 구조 활동을 수행하던 광개토대왕함 상공으로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안 자체는 명확하다.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조난 선박을 구조하고 있었기에 미식별 표적에 대응하기 위한 전투배치 상태가 아니었고 따라서 일본 초계기가 위협을 느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백번 양보해 일본 초계기 조종사 등이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 위협을 인지했다 해도 조금만 현장 상황을 파악했더라면 우리 함정이 온전히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고 자신들에게 위협행동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자국 해상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에 대해 민간 항공기에 적용하는 ‘국제민간항공안전협약’을 들먹이며 150m 거리를 유지했으니 문제 없다고 답변하는 건 자기합리화를 위한 견강부회일 뿐이다. 타국 군용 항공기가 군함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며 그렇기 때문에 적정 접근거리에 대한 국제적 기준 자체가 없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12월27일 양국은 실무자급 화상회의를 통해 사실관계와 기술적 분석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관련 실무협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은 총리를 필두로 관방장관과 방위상까지 총출동하여 공세를 펼칠까? 이번 사안이 일본의 안보에 심대한 사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데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정부의 ‘위안부 재단 해산’ 등으로 쌓여온 한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아베 정권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일본 우익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고이즈미 정권은 2001년 12월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 사건’을 빌미로 20년 이상 끌어온 ‘유사법제’ 입법화를 추진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일본은 이 사건이 일본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위중한 사건인 양 대대적인 보도를 하여 여론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유사법제는 2003년 6월 참의원을 최종 통과하여 시행되었다. 이로써 패전 58년 만에 그리고 일본 정부가 1977년 ‘연구’라는 이름으로 검토에 착수한 이후 4반세기 만에 ‘전시(戰時)’ 대비 국가체제 정비를 목적으로 한 법률이 효력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일본은 그 후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빌미로 군사 대국화와 우경화를 추진해왔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괴선박 사건 그리고 핵과 미사일은 ‘울고 싶은 일본의 뺨을 때려준 격’이었다. 따라서 이번 초계기 사안에 대한 아베 정권의 대응 배경 역시 지금까지 일본이 일관되게 취해온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임한규 | 국방개혁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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