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정몽준 “전술핵 재도입” 위험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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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유신모의 외교 포커스

[기자메모]정몽준 “전술핵 재도입” 위험한 발상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3. 30.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소신이 워싱턴에서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2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미국) 전술핵무기의 재반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29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특강에서 중국이 북한에 핵포기 압력을 가하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핵 대응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30년간 북핵에 아무 대안 없이 지내왔다”면서 “전술핵 재도입은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의 주장은 합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지극히 위험하다. 핵무기 운반능력의 발달로 전술핵과 전략핵의 개념이 불분명해진 지금 전술핵을 특정국에 고정배치하는 것은 미국의 현대적 해외주둔군 운용 개념에 맞지 않는다. 실효성도 없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정책을 역주행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더구나 정 전 대표가 말하는 전술핵은 우리 것이 아니다. 남의 나라 무기를 우리나라에 갖다놓아야 한다고 우기는 것은 자기 집 제사에 옆집 보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동북아시아에 핵무장 도미노를 일으켜 지역 전체를 핵 화약고로 만들고,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북한 핵을 영구화시키자는 주장이기도 하다. 냉전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우리도 핵무장을 함으로써 북한과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생각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그런 발상은 북한이 우리와 같은 논리구조를 갖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정 전 대표가 실제로 전술핵을 재도입해야 한다고 믿는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엄포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따져보면 단연 손해가 크다. 한국이 이만큼 북핵 문제를 절박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세계에 전해진 것 같으니 이제 그만 접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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