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쓰는 다른 경제 이야기] 새로운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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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지난 시리즈

[벨기에에서 쓰는 다른 경제 이야기] 새로운 '사회적 경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8. 15.

엄형식 (봄내, 벨기에 리에쥬대학 사회적경제센터 박사과정 연구원, hseom73@hanmail.net)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유럽의 사회적 기업은 어떤가요?”

이 질문은 두 가지 지점에서 저를 곤혹스럽게 합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유럽의 이미지와는 달리, 유럽, 적어도 유럽연합은 역사와 문화, 언어를 달리하는 27개국이 모여있는 ‘다양성’의 공간이기 때문이지요. 보다 본질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요즈음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라, 사람마다, 조직마다 각각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놓고 있습니다만, 제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 사회적 기업은 역사적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이 있다가 최근에 와서 발견되었다거나, 무언가 사회 적기업이라고 하는 이상적인 모델이 있다고 전제하는 접근법, 다시 말해 개념/이데올로기 자체가 실체인 것처럼 오해하는 ‘물신주의’를 주의해야 합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업이라 불리던, (제 표현을 사용하자면) 새로운 사회적 경제라 불리던 간에, 무언가 새로운 개념과 이름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현상’이 역사적으로 존재했고, 현재도 발전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이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새로운 현상’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점차 그 이유를 설명하겠지만, 일단 저는 이 현상을 ‘새로운 사회적 경제’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흔히 듣고 있는 사회적 기업도 이 현상의 일부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주류화되고 있는 공정무역이나 로컬푸드, 아직 실험적이지만 지역화폐나 지역수준의 새로운 거버넌스 등도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현상에 포함됩니다.

새로운 사회적 경제가 뭐냐, 어떤 원리에 기반해서 작동하느냐,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자본주의와 다르냐 등등의 이야기를 이론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이 연재의 목적은 아닙니다.
저는 이 연재를 통해, 제가 유럽에 머무르면서 모은 자료와 만났던 사람, 그리고 방문했던 조직들을 정리해보고, 이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현상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가를 질문해보고자 합니다.

‘새로운 현상’을 이야기할 때는, 무엇이 무엇에 비해 새로운가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사회적 경제의 이야기는 흔히 19세기 초반의 유럽에서 등장한 ‘전통적 사회적 경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전통적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통해 ‘공상주의자’라고 낙인 찍었던 (왜 공상적인지 우리가 판단할 여유도 없이!!) 푸르동, 푸리에, 생시몽, 오웬 그리고 마르크스에게 덜 찍혔는지, 아니면 마르크스가 관심을 가질 정도의 비중도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공상주의자’에서 열외가 된 뷔셰, 르 쁠레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등장했던 ‘협동조합 공화국’에 대한 꿈과 20세기 자본주의의 발전과 복지국가의 형성에 따라 규모가 커지고, 덩달아 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어간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민간단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따라 나옵니다.

그런데, 이 장구한 역사이야기를 먼저 시작하려면, 별로 재미도 없고, 오늘의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지쳐버릴 것 같군요. 전통적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좀 마음을 잡고, 준비를 잘 해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제가 살고 있는 벨기에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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