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쓰는 다른 경제 이야기] 라이언에어(Ryanair)도 사회적기업인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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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지난 시리즈

[벨기에에서 쓰는 다른 경제 이야기] 라이언에어(Ryanair)도 사회적기업인가? (1)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7. 28.
이 글은 '좌파 한인들의 유럽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유로진보넷(http://eurojinbo.net)의 기획시리즈 <도시, 마을, 그리고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엄형식님께서 올려주신 글입니다. 엄형식님은 이 글에서 요즘 유행처럼 이야기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된 연원과, 그것이 상업적으로 오히려 '악용'되는 과정에 대해 지적합니다. 영미식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인간의 얼굴을 한 '다른 경제'를 고민하기 위해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에 첨부된 이미지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첨가한 것입니다. 원문은 유로진보넷 사이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운영자



엄형식 (벨기에 리에쥬대학 사회적경제센터 박사과정 연구원 hseom73@hanmail.net)

사회적경제란 무엇이고, 사회적 기업은 무엇인가? 왜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고, 사회적 기업은 그러한 주목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무엇이 사회적 기업의 ‘새로움’이고, ‘사회적’ 성격인가? 사회적경제와 사회적 기업은 자본주의와는 다른 경제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가?

저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대안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획으로서의 사회적경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야기는 이러한 몇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개념에 대한 이야기와 현장의 사례들에 대한 소개, 개인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풀어가는 방식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 - 역사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에서 도깨비방망이로 

사회적 기업은 ‘무엇이다’라고 명쾌하게 정의 내려질 수 있는 실체에 대한 개념이 아닌, 어떠한 현상을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함으로서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념적 도구일 뿐입니다.

태초에 ‘사회적 기업’이 있었던 것은 아니죠. 따라서 누군가가 특정한 현상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정의할 때, 우리는 ‘이것이 정말 사회적 기업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보다, ‘왜 그 사람은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의들이 단순한 말장난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새로운 표현으로 불릴만한 변화와 새로운 현상이 우리 시대에 존재한다는 점은 (적어도 저에게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주목할 점은,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많이 사용되면서 당초 특정한 역사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서, 개념 스스로가 고유의 의미를 가진 실체인 것처럼 자가발전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 개념이 공공정책에서 인정받기 시작하고, 변화한 사회 속에서 잘 먹히는 새로운 마케팅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제가 보기에) 유럽에서 사회적 기업 (social enterprise) 개념이 등장한 것과는 결을 달리하는 미국식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 사회적 기업가 정신(social entrepreneurship) 개념과 중복되면서, 개념이 밝히고자 했던 역사적 현상과 별로 관계없는 도깨비방망이와 같은 개념으로 변모해왔습니다.
이는 다양한 이해집단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사회적 기업 개념이 정치적으로 동원되어온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착한 기업'들의 현실을 비꼰 카툰. 출처는 http://www.zdnet.com/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적 개념이 대중적으로 그 적절함을 인정받아 발전하는 것 자체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시민사회에 토대를 두고 ‘해방’의 가치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던 역사적 현상들을 설명하고자 했던 개념이 자본과 국가의 도구적 개념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자본과 국가가 시민사회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개혁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고, 저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여전히 판단유보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오해 - 사회적 혁신이면 충분한가? 

개념 자체의 자가발전을 촉진시키는 논거 중에 ‘사회적 혁신’을 사회적 기업의 핵심으로 보는 접근들이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조직적 특성, 즉 비영리적 성격과 민주적/참여적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면서, 사회적 기업이 산출하는 활동의 결과물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혁신적 성격을 강조하는 경향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회적 기업이라고 불리는 조직들이 보여주는 주요한 혁신은 자본주의 기업과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인드, 민주적/참여적 지배구조를 통해 구현되는 일하는 사람 및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설정, 그리고 스스로가 시민사회의 구성요소로서 다양한 지역시민사회의 자원과의 연계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상적으로만 보면, 이러한 사회적 기업의 혁신능력은 기존 자본주의 기업의 발상을 뛰어넘는 ‘혁신적 사고’의 하나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왜” 다른지 보다는, “다르다”는 것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죠.

결국, 사회적인 목적에 조금이라도 관련되는 혁신적인 발상이 쉽게 ‘사회적 혁신’으로 해석되고,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표방하는 자본주의 기업이나, 운영방식에서 소비자 참여의 폭을 넓히고 수익의 일부를 공익사업에 사용하는 공기업들도 사회적 기업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으로까지 발전하곤 합니다.
어찌되었든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기업’이니까요... 이렇듯 개념의 자가발전은 개념이 시작되었던 역사적 맥락을 벗어나,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하고, 더 나아가 원래의 가치에 대척되는 반대편의 개념으로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개념’ 일병 구하기 - 그의 이름을 바꾸어서라도...  

저는 사회적 기업 개념이 당초 설명하고자 했던 현상은 시민사회의 해방적 가치에 기반을 둔 새로운 운동들이었고,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기업 개념은 그것이 갖는 정책적 유용성 이전에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먼저 이해되고 설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자가 발전한 개념이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벗어난다면, 이는 다른 용어를 통해 설명되거나 (사회적 기업가나 사회적 기업가정신과 같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오용이 이미 사회적으로 보편화되었다면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원래의 현상을 구별하여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용어도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오래된 개념이지만, 사회적 기업만큼 인기가 있지는 않은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을 제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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