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쓰는 다른 경제 이야기] 라이언에어(Ryanair)도 사회적기업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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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지난 시리즈

[벨기에에서 쓰는 다른 경제 이야기] 라이언에어(Ryanair)도 사회적기업인가? (2)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7. 28.

엄형식 (봄내, 벨기에 리에쥬대학 사회적경제센터 박사과정 연구원, hseom73@hanmail.net)


가볍게 쓰겠다는 것이... 서설이 벌써 너무 길어졌네요. 


원래 이번 글은 제가 경험한 어느 기업의 사회적인 성격의 ‘너무나도’ 혁신적인 프로그램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해보려고 시작했는데...

최근 라이언에어(www.ryanair.com)를 몇 번 이용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가항공의 개척자로서 워낙 유명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발상을 전환하는 파격적인 운항방식도 잘 알려져 있죠.
저렴한 요금을 선택한 대가로 자질구레한 불편을 감내하는 가운데, 라이언에어의 혁신적인 마인드가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몇 가지 재미있는 점들을 관찰할 수 있어서, 함께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라이언에어의 세 가지 사회적 공헌 프로그램

먼저, 라이언에어의 ‘€Million’ 프로그램입니다.
어느 항공사의 승무원들 보다 더 바쁜 것 같은 라이언에어의 승무원들이 군것질 거리 판매를 위해 한 번, 면세품 판매를 위해 한 번 지나간 후, 다시 무언가를 판매하기 위해서 복도에 나서더군요.
승객들이 혹시라도 무얼 파는지 이해하지 못할까봐 방송을 통해 다국어로 친절하게 설명한 상품은, 다름 아닌 ‘복권’! 라이언에어에서 발행하는 이 2유로짜리 복권은 1등으로 당첨될 경우, 4만 유로의 현금이나 4만 유로에 해당하는 차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복권의 수익은 어린이를 위한 자선단체와 시력장애 예방을 위한 단체를 위해 쓰입니다.
복권을 6개 사면 20%를 깎아서 10유로에 준답니다. 다른 항공사들도 기부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기부 봉투를 나누어주고 거두어가는 정도의 소극적인 프로그램들이죠. 이렇게 복권이라는 상품을 개발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세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은 드문 경우일 겁니다.

사실, 처음 라이언에어를 탔을 때부터 보았던 복권프로그램은 신선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회적기업에 관련시켜 이야기를 할 동기까지는 부여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저를 자극한 것은 엊그제 라이언에어 기내잡지(좌석마다 꽂혀있는 것이 아니라, 승무원이 배포하고 회수하는... 하지만 광고로 가득한 이 잡지는 라이언에어에서 화장실과 함께 유일한 무료 서비스입니다. 가져가도 무방한...)에서 발견한 정말로 독특한 사회적 공헌 프로그램인 ‘The Girls of Ryanair’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해마다 라이언에어 여승무원들을 모델로 하여 세미누드 사진을 찍고, 이 사진들로 제작된 달력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인데, 올해는 몇 주 만에 모두 팔린 달력판매 수익금 11만 유로를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단에 기부했다고 하네요.

처음 기사를 보았을 때, “이건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들이나, 기꺼이 세미누드 모델이 되어준 승무원들이, 스스로가 플레이보이지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뭔가 참신한 발상과 파격적인 마인드가 필요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뭐, 어 찌되었든 기업총수가 부정부패로 처벌을 받은 후, 선처를 조건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재를 출연하여 조성된 기금 보다는 훨씬 좋은 돈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주류사회에 의해 낙인찍히고, 소수자로 몰려버린 흡연자들을 위한 적극적인 배려 또한 인상적인 라이언에어의 정책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비행시간 동안 흡연을 못해 괴로워하는 흡연자들을 위해 기내 면세품 판매 시, 연기가 나지 않는 전자담배를 판매하더군요. 혹시라도 정보부족으로 흡연자들의 권익이 손상되지나 않을까 우려하여 방송으로 면세품 판매를 알리면서, 역시 다국어로 친절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전자담배 판매만 한다면, 수익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면서, 현지의 시간과 날씨 정보 등을 알려주는 안내방송을 하면서, 꼭 “이 공항의 흡연구역은 어디어디에 있다”는 정보를 빼놓지 않더군요. 이 정도면 전자담배를 팔기 위한 마케팅을 넘어서서, 소수자에 대한 일관된 배려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착륙을 전후로 하여 비행기를 급강하시킴으로서 승객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청룡열차를 타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거나, 착륙을 하면서 뒷바퀴를 좀 세게 지상에 걸침으로서 뒷좌석에 앉은 승객들에게 비행기 사고에 대한 가상체험을 제공하는 고객서비스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이언에어도 사회적 기업인가? 

다소 비꼬는 투로 쓰기는 했지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라이언에어가 어떠어떠한 기업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대부분 아시겠지만, 가끔 글이 옮겨지면서 진의가 왜곡되는 경우가 있어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의 혼란스러운 사용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를 좀 과장해서 써 본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은 “그래, 라이언에어도 사회적기업이네!”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앞으로 유로진보넷을 통해 나눌 글을 통해 제가 하고픈 이야기는 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지,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하고자 했던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의 변화는 무엇인지, 이것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왜 라이언에어가 혁신적인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공헌만으로는 사회적 기업이라 불리기 적합하지 않은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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