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시권에 들어온 북·미 대화, 늦춰진 만큼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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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가시권에 들어온 북·미 대화, 늦춰진 만큼 제대로 하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9. 11.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밤 담화를 통해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요구하는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 두 달 넘게 호응하지 않던 북한이 갑자기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미 국무부는 “아직 발표할 만남은 없다”고 했지만 그동안 미국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해왔다. 지난 6월30일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뒤 2~3주 걸린다던 북·미 대화가 2개월여 만에 가시권에 들어왔다. 대화 재개를 환영한다. 


북한은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이후 체제안전보장이 최우선 과제임을 명확히 밝혀왔다. 북한이 최 부상의 대화 제의 담화를 발표한 지 반나절도 채 안되는 10일 아침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잇따라 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남측의 첨단무기 도입 등에 맞서 체제를 수호하려면 신무기가 필요하다며 시험 발사를 계속해왔다. 이날 발사도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는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주한미군 감축의 교환을 전략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체제의 안전을 미국이 보장하겠다는 뜻을 당국자들이 거듭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의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 결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북한은 올해 말을 미국과의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북·미는 앞으로 남은 넉달 동안 비핵화 로드맵과 상응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 양쪽의 조건을 맞추는 일은 간단치 않다. 북한의 안전보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과 맞물려 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과도한 개입도 경계 대상이다. 북·미 양측이 하노이 담판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실무협상을 통해 최대한도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북·미가 올해 말을 넘겨 미국이 대선 국면을 맞게 되면 북·미 대화는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북한은 이 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늦은 만큼 북·미 간 실무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북핵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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