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과 북, 이게 대화하자는 자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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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남과 북, 이게 대화하자는 자세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20.

지난 4일 북한의 실세라고 불리는 3인의 고위급 인사가 남한을 방문했을 때 일시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났었다. 당시 남북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데 합의했고 지난 15일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는 남측이 이달 30일 접촉을 갖자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남과 북 모두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 고위급 인사 3인이 남한을 방문한 지 사흘 만인 지난 7일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북 함정 간 조준 사격을 하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다. 다시 사흘 뒤 북한은 파주 연천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다고 고사포를 쏘았다. 북 경비정 월선은 의도치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고사포 발사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도발이었다. 지난 18일에는 북한군이 강원도 철원군에서, 19일에는 파주 지역에서 군사분계선에 접근해 총격 사태가 발생했다. 북측의 군사분계선 접근과 남측의 경고 사격이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파주에서 북한군이 남측 비무장지대 초소를 향해 조준 사격한 것은 의도적인 도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7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일 남북간 교전이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북한의 위험한 행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정부의 태도 역시 도발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NLL 무력 충돌 다음날 “북한이 최근 도발과 유화적인 모습 등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을 직접 비판했다. 지난 17일, 18일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는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국제회의를 북한을 고발하는 기회로 활용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연 이틀 같은 발언을 되풀이하면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남과 북은 이렇게 상대를 공격하고 자극하며 대화 분위기를 깨면서도 대화론 자체는 거두어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운 좋게 대화를 한다 해도 대화를 위한 대화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 남북관계 악화로 단기간 대화의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남북 모두 대화를 내세우면서 대화와는 반대의 길로 가고 있으니 성과 없는 대화를 예상하면서 대화 이후 책임 전가의 명분을 미리 찾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생긴다. 남북은 정말 대화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대화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첫출발은 남과 북 모두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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