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치 보기·시간 끌기, 불안한 박근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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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눈치 보기·시간 끌기, 불안한 박근혜 외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17.

방한 중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그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며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동안 비공개로 언급하거나 공개 발언을 해도 완곡했던 것과는 다른, 강한 의사 표시다. 그러자 한국의 국방부 대변인도 “(주변국이)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중국 측을 향해 처음으로 비판적 발언을 했다. 방한 중인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제3국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유별난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조심스럽게 전개되던 한·중 간 막후 신경전이 본격 갈등 국면으로 전환될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이해가 걸린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소극적,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왔다. 러시아는 5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이 행사에 부정적인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할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미국이 싫어할까봐 미루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항일전 승리 70주년 행사에 박 대통령을 초청한 것에 대해서도 답을 못하고 있다. 그런 자세였던 정부가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했을 때는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반대하자 협의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꾸고는 미결정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16일 한중 고위급 협의를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들어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렇게 주요 외교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은 묵묵부답, 유보, 미결정, 눈치 보기, 시간 끌기의 연속이었다. 이걸 외교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불리한 상황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건 행운에 기대는 외교행태이다. 그러나 행운이 항상 한국 편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시아투자은행에 이미 미국의 동맹국들이 줄줄이 가입키로 결정, 한국의 선택에 부담을 덜어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사드 문제에는 그런 행운이 없다. 사드 배치로 한·중 및 남북 갈등을 불사할 것인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사드를 거절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정부는 중견국을 자처해왔다. 중견국의 역할 공간은 미·중이 다투는 문제에 눈치만 보거나, 미국의 지침을 따르는 것으로는 확보되지 않는다. 상황을 주도하는 능동적 외교, 이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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