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 총리 연설 추진하는 미 의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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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아베 총리 연설 추진하는 미 의회에 바란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19.

미국 의회가 4월 말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할 기회를 주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미 의회는 우방국 지도자에게 개방했던 상·하원 합동 연설을 일본 총리에게만 허락하지 않았다.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습격 등 과거사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의회가 아베 총리의 합동 연설에 긍정적이라면 그럴 만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감지되는 변화는 없다. 있다면 나쁜 의미의 변화, 과거사에 대한 퇴행적 인식뿐이다. 아베 총리의 과거사 역주행이 한창인 때 그가 다른 전직 총리는 누리지 못한 특권을 향유해야 할 이유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아베 총리의 연설은 과거사와 무관한 일, 즉 미·일 동맹 강화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미국은 군비 감소,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일본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을 분담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도 이에 호응, 변칙적인 헌법 해석으로 집단적 자위권 보유를 천명한 바 있다. 그러므로 합동 연설이 성사된다면 이를 보상하고 고무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일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왼쪽)가 19일 도쿄 이이쿠라 외무성 공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와 환담을 나누다 손을 뻗어 아키 여사의 팔을 잡고 있다. _ AP연합


그러나 미·일 동맹만으로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만족스럽게 실행할 수 없다.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구축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현실을 반영한다. 이는 과거사 문제에 진전이 없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제한적 효과밖에 없다는 걸 뜻한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처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편을 든다면 일본이 과거사 인식을 바꿀 이유가 없고, 그로 인해 한·일관계에도 변화가 없고, 미국의 구상도 어려워진다. 합동 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과거사를 가볍게 다룰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과거사에 관한 한 한국인들은 미국이 일본을 대하는 태도에서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를 읽는다. 그러므로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방치하는 한 미국이 염두에 두는 수준의 한·미·일 안보협력은 불가능하다. 미국을 위해 과거사를 묻어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아베 연설 내용이 한국인의 대미인식도 바꿀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베 총리 연설 내용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건 당연히 그의 책임이지만 미 의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한국인은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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