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러 긍정적 신호 보낸 김정은 행보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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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방러 긍정적 신호 보낸 김정은 행보 주목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 22.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할지에 대해 북측으로부터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만일 김 제1비서가 모스크바를 방문한다면 상당히 주목할 만한 사건이될 것이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자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는 내성적 성격의 지도자였다.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비동맹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그 역시 이념이 다른 국가의 정상이 참석하는 국제회의에는 참석한 적이 없다. 젊은 김 제1비서 등장 이후 그동안 북한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자주 목격되기는 했지만, 앞선 두 지도자의 칩거형 통치 때문에 북한은 오랫동안 ‘은둔의 왕국’으로 불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오른쪽)가 최근 ‘항공군 반항공군 지휘부’(공군)를 시찰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4일 공개했다. 공군 수뇌부가 김 비서가 말하는 내용을 받아적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런 상황에서 만일 김 제1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북한 역사상 대단히 파격적인 외교 활동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건 어떤 의미에서 중·러와는 물론 한·일과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국제무대 등장은 북한이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제1비서는 모스크바 방문을 확답하지 않고 여지를 두었다. 그래서 중국을 유인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서먹서먹한 관계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모스크바에서 만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어색한 느낌을 준다. 그런 점은 남북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남북대화도 못하는 마당에 모스크바에서 정상이 만나는 장면이 역시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김 제1비서가 모스크바를 간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 남북관계의 특성상 정상대화는 의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남북대화를 회복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북·중 간에도 현재의 냉랭한 관계보다 하루빨리 협력관계로 돌아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긍정적 신호’는 북한이 대외정책에서 전례 없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북한의 의도와 향후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긍정적 신호가 남북관계, 북·중관계 회복의 신호가 되도록 관련 당사국들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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