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 일본군 위안부 앞에서도 무릎 꿇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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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아베, 일본군 위안부 앞에서도 무릎 꿇어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 20.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나치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을 대량학살한 비극을 기억하기 위해 세운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했다. 그가 종전 70주년을 맞는 올해 첫 외국 방문지로 이곳을 찾은 것은 세계 앞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평화의 가치에 헌신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념관에서 헌화하고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그는 기념관에서 한 연설에서 “일본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더 적극적으로 공헌하겠다는 결의”를 과시했다.

이런 이미지 연출은 일본이 세계의 지도적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인의 시각에서 아베 총리가 무릎 꿇는 장면은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 1970년 12월7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유대인 위령탑을 찾아 헌화한 뒤 무릎을 꿇어 세계인을 전율케 했던 때와는 다르다. 브란트의 폴란드 방문은 1939년 9월 폴란드 침공으로 2차 대전을 일으킨 가해자로서 피해자에게 참회하기 위한 것이었다. 브란트가 누구인가. 반나치 활동을 하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망명하고 국적까지 박탈당한 나치의 피해자였다. 그는 무릎을 꿇을 필요가 없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폴란드인은 독일에 냉담했고 브란트는 독일이 폴란드와 화해하기를 원했다. 브란트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침에 길을 나서면서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브란트가 무릎 꿇은 이후 폴란드인은 브란트의 진심을 받아들여 화해했다. 그리고 이는 동방정책으로 발전해 동서독, 나아가 서방진영과 공산진영 간 대화와 화해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일 팔레스타인 라말라에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중동 순방 중이던 아베 총리는 일본인 인질 납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하기로 했다. _ AP연합


그러나 아베 총리는 브란트와 달리 “침략은 정의되지 않았다”며 과거사를 부정했다. 전쟁범죄자를 영웅시하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일본군 위안부 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훼손했다. 그에게 묻고 싶다. 그런 태도가 어떻게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무릎을 꿇는 마음과 일치할 수 있는가. 위선 아닌가. 그런 의심을 사고 싶지 않다면 나치가 유대인을 대량학살할 때 아시아에서 일본이 저지른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찾아 무릎을 꿇어야 한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제3자의 자격으로 갔다면 그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도자이다. 그게 아니라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갔다면 이웃 국가를 찾아 참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스라엘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빈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브란트는 “저는 사람이 말로써는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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