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스러운 미·일 방위협력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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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우려스러운 미·일 방위협력지침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9.

미국과 일본이 그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양국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내년까지 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자위대의 군사작전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을 미국이 사실상 공식 추인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허용되면 한반도 유사시 미·일 합동 군사작전이 가능해지는 것이어서 결코 박수 칠 일이 아니다. 이번 보고서 마련이 집단적 자위권과 같은 맥락에서 추진돼 온 국가안전보장회의 설치, 무기 수출 3원칙 폐기, 방위계획 대강 재개정 등 일본의 군사대국화 행보에 날개를 달아주는 쪽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역사왜곡의 정당성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해둔다.

이 보고서는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데서 또 다른 폭발성이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1997년의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키로 하면서 ‘중국의 위협 증대 등 새로운 안보 지형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 주요한 목적임을 감추지 않았다.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중국 외교부가 “미·일동맹이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의 이익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경고하고 나선 배경이다.

지난달 27일 폭발한 일본 온타케산 정상 부근에서 8일 육상자위대원들이 분출된 유독가스의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_ 뉴시스


미·일동맹과 중국의 갈등 고조는 필연코 역내 군사적 긴장 심화와 군비경쟁 촉발로 이어진다. 그러잖아도 동북아는 중국의 급부상과 미국의 정치·군사적 대응, 일본의 지역 패권 추구 등으로 어느 때보다 긴장의 파고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은 ‘중국 견제망’에 한국의 참여를 강요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제적으로 중국에 절대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리게 된다. 또한 미·일과 중국의 각축은 막 대화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일동맹에 맞서는 차원에서 북·중 관계가 강화될 것이고, 그 결과 북한이 남한을 대화 아닌 대결 상대로 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법은 하나다. 한국 정부가 미·일과 중국 사이에 끼인 지정학적 상황을 적극 활용해 동북아 안정과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의 국력은 강대국 간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지렛대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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