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잇단 남한 비판, 논리도 정세에도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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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북한의 잇단 남한 비판, 논리도 정세에도 맞지 않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5. 14.

북한 매체들이 연일 대남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13일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라는 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포함한 남북 간 협력사업을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논의한다는 남측의 입장을 거론하며 “남조선당국이 자체의 정책 결단만 남아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재가동을 미국과 보수세력의 눈치나 보며 계속 늦잡고 있으니 이를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북한은 12일에도 ‘조선의 오늘’을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은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면서 “(남측이) 승인이니, 제재의 틀이니 하면서 외세에게 협력사업에 대한 간섭의 명분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아리는 같은 날 “근본적인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북남관계의 새 역사를 써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인근 호도반도에서 단거리 발사체의 발사 장면을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발사훈련에 대해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이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남북관계 복원 이후 한동안 자제해왔던 북한의 대남비판이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 개성공단 재가동이 남측의 결단만으로 가능하다는 온당치 않은 논리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남북경제협력은 문재인 정부로서도 오매불망의 숙원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피해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미국은 단독제재를 통해 북한과의 모든 무역과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익히 알고 있을 북한이 짐짓 모르는 체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고 무슨 득이 있을지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의 대남비판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좀 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신청을 8차례나 불허한 것도 빌미를 제공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인도적 지원에 대한 비판은 대북 식량지원 추진을 겨냥했다기보다 정부가 방침만 내놓은 채 좌고우면하며 시기를 놓치거나 지연해온 과거 사례를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이런 대남비판은 대북여론만 악화시킬 뿐이다. 아쉽고 서운한 점은 직접 만나 풀어야 한다. 대화에는 응하지 않은 채 대남비판에 열을 올리는 것은 남북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후퇴시키는 행위라는 점을 북한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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