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망스러운 6·15 및 광복절 남북 공동 행사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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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실망스러운 6·15 및 광복절 남북 공동 행사 무산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6. 3.

남북 민간단체가 추진하던 6·15 공동선언 발표 15주년 및 광복절 70주년 공동행사가 무산됐다. 북측은 지난 1일 “남측 당국이 ‘순수한 사회문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에 허용할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면서 “남북 각자 분산 개최하자”고 밝혔다. 남북 민간단체는 당초 6·15 공동행사는 서울에서 개최하고, 광복절 70주년 행사는 더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남측 정부는 평양에서 6·15 행사를, 서울에서 광복절 행사를 하기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은근히 6·15 행사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북측은 6·15 행사는 서울에서, 광복절 행사는 평양에서 개최하기를 원했다.

정부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고 민족동질성 회복과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건에서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행사의 성격과 개최지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정부가 장소와 행사 성격을 규제하지 않고 공동 개최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섰다면 북측이 거부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고, 이런 결과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정부가 대화 복원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태도는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무리하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을 공개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숙청 공개 이후 북한은 예상대로 남한을 격렬하게 비난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숙청 문제로 북한을 공격, 한바탕 남북 대결전을 펼쳤다. 이걸 대화하자는 자세라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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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된 2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5·24 조치 해제와 6·15 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물론 공동 개최 무산은 정부의 이 같은 소극적인 자세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의 태도가 공동 개최 무산의 빌미를 제공했다 해도 북측이 의지가 있었다면 성사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광복절 행사 평양 개최에 집착했던 북한은 이미 지난달 남측 민간단체와의 실무 접촉 자체를 기피해왔다. 이는 북한이 당국대화는 물론 민간 교류에도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희호 여사가 이달 말 방북을 위해 개성에서 사전 접촉을 갖자고 지난달 제의했을 때도 북측은 “추후 연락하자”며 유보한 바 있다. 이런 것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아직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최소한 남측 핑계를 대며 남측을 공격, 대화 여건을 해치는 행위만은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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