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키히토 일왕의 만주사변 언급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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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아키히토 일왕의 만주사변 언급을 주목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 2.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 1일 새해를 맞아 의미 있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번 기회에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주사변은 일본군이 1931년 9월 남만주철도를 폭파한 뒤 중국 군벌 소행이라며 중국을 침략한 사건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렇게 침략자 일본의 위치를 새삼 되새겼다. 일본에 올해는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에게 잊을 수 없는 야만적 행위를 하다 제2차 세계 대전에 패전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격동하는 근·현대사를 고려할 때 70년은 긴 세월이다. 일본과 주변국이 화해하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일본은 주요 피해자인 한국·중국과 진정한 화해를 못하고 있다. 한·일 정상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래 2년간 회담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이 다자회담 자리에서 잠시 만나 대화한 것이 전부다. 중·일 간에는 지난해 11월에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양국관계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쯤 한·중·일 3국 외무장관 회담을 하고 분위기가 나아지면 올해 3국 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 박 대통령의 제안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 제안은 일시 낙관적인 전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외무장관 회담 없이 해를 넘겼고, 3국 정상회담 전망은 불투명하다.

2013년말 팔순을 맞이하여 시민들 향해 인사말 읽는 일왕 _ 연합뉴스


이는 모두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70년을 거꾸로 흘러간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해온 아베 총리의 책임이다. 그는 침략 행위를 진지하게 반성한 무라야마담화도 흔들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도 훼손했다. 그런 그가 신년사에서는 “일본은 과거 전쟁의 깊은 반성하에 평화국가의 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과연 일본 보수 정치인들이 그랬는지, 그 자신이 정말 깊은 반성을 했는지 자문해야 할 일이다. 역사적 화해를 못한 채 70년을 맞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누구보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이 바로 아베 총리다.

그가 정말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면 70년 전의 패전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건 그가 일본 침략이 낳은 상상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진심으로 대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키히토 일왕의 화두를 잡고 아베 총리가 먼저 마음으로부터 진실하게 반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게 패전 70년을 맞는 기본 자세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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