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바마의 대북 제재와 박근혜 정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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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오바마의 대북 제재와 박근혜 정부의 과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 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소니픽처스가 해킹당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대북 제재 조치를 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픽처스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연방수사국(FBI)의 판단에 따라 북한 정찰총국 등 3개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첫 업무 개시일에 대북 제재 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바마 집권기의 북·미관계가 이렇게 끝날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사이버상의 행위를 직접 공격으로 간주, 물리적 대응을 하고 북한은 강력 반발하는 새로운 사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하다.

이번 대북 제재 조치가 얼마나 실질적 효과를 나타낼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 정찰총국이 이미 제재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북한은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오랜 기간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는 북한이 새로운 제재로 받을 불이익이 그들의 태도를 바꿀 만큼 크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이번 조치의 실질적 효과가 있다면 그건 북·미 간 대화의 문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감하고도 직접적인 외교’를 천명하며 집권한 오바마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만나고, 미얀마와 관계 정상화를 통해 적대국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지난해에는 쿠바와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 합의도 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29일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겠다”면서 이란과의 관계 회복 의지를 과시했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이 ‘과감하고도 직접적인 외교’를 천명할 때 세계가 주목한 대상은 북한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집권 6년을 넘긴 오늘 북한만 외면당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기간이 늦어졌고, 그 사이를 기다리지 못한 북한이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어긋난 북·미관계는 아직도 회복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니사가 영화 <인터뷰> 개봉 취소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18일 미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의 옥외광고판에서 광고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_ AP연합


마침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남북 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에 워싱턴에서 날아온 대북 제재 소식은 결코 좋은 징조라고 할 수 없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서로 얽혀 있다. 남북관계 악화가 북·미관계 진전을 막고, 북·미관계 악화가 남북관계 진전을 막는, 나쁜 방향의 얽힘이 가능하다. 반면 남북관계 개선이 악화된 북·미관계를 개선시키고, 북·미관계 개선이 단절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좋은 방향의 얽힘도 가능하다. 이 중 어떤 쪽이 될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당사국의 의지, 특히 한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남북관계 단절, 북·미관계 악화가 서로를 뒷받침하는 가장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한반도가 나쁜 방향으로 기울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건 말할 것도 없이 이른 시일 내에 남북대화를 성사시킴으로써 북·미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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