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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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일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 없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9. 26.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회원국 대표연설에서 “일본이 지금까지 유엔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면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희망했다. 일본은 독일, 인도, 브라질과 함께 내년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아 안보리를 개편, 상임이사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아베 총리가 취임 후 49개국을 방문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지난 24일에는 아프리카 국가, 25일에는 태평양 도서국가와 회담을 갖고 지지를 호소했다. 미국과 영국으로부터는 일찌감치 지지를 받아냈다.

70년간 국제사회는 많이 변했다. 국제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핵심 기구인 안보리의 개편은 논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임이사국 제도는 안보리 활동을 일정 부분 제약하는 역기능이 있었다. 따라서 상임이사국 수를 늘리는 것보다 회원국의 선거로 선출하는 비상임이사국의 수를 늘리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인 대표성과 책임성에 부합하는 개혁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거부권 행사 국가를 4개국 추가해 상임이사국을 9개국으로 확대하는 건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확대는 합리적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이 유엔본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과 만나 위안부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리고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안보리 제도 운영의 민주성, 효율성 차원과 별개로 국제적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유엔은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뒤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창설한 국제기구다. 따라서 전범 국가인 독일과 일본이 안보리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으려면 과거로부터 얼마나 단절되었는가에 대한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독일은 나치의 역사적 과오를 철저히 반성하고, 법·제도적 장치는 물론 정치적·문화적으로도 전혀 다른 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같은 전범국이던 일본은 전범들을 영웅시하고 침략행위를 감추거나 심지어 미화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을 부인하는가 하면 총리가 전범의 위패를 안치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기도 한다. 유엔 정신에 정면 도전하는 행위다. 더구나 그런 과거 회귀를 주도하는 아베 총리가 상임이사국 진출에 열성적이다. 이런 역설이 없다.

아베 정권은 자신의 퇴행적 자세로 인해 과거에 침략했던 주변국과 아직도 화해를 못하고 있다. 그런 나라가 국제 평화를 지키는 상임이사국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이 진정 상임이사국이 되길 원한다면 중남미·아프리카로 돌아다닐 것이 아니라, 주변국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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