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는 동북아 정세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가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사설]정부는 동북아 정세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1. 9.

중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당초 정상회담 조건으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중단하고,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중·일 간 분쟁지역으로 인정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중·일 간 4개 항의 합의문은 이에 관해 분명하게 정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약간의 인식 일치’ ‘센카쿠 문제 등에서 다른 견해’라는 명문 표현으로 미루어 암묵적인 일본의 양보가 있었을 것으로만 짐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진전만으로도 양국이 갈등 해소의 계기를 마련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앞으로 대화를 거듭함으로써 동북아에 드리워졌던 대결과 불안의 그림자를 걷어내기를 기대해본다.

마침 북한과 미국 관계에도 좋은 신호가 있었다. 북한이 어제 억류 중이던 미국인 2명을 전격 석방한 것이다. 이 조치는 북·미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억류자 석방은 인도주의적 차원의 문제로 북·미관계라는 정치 문제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북·미관계 개선의 장애물 하나를 치운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일 간에도 활발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달 일본인 납북자 조사 상황을 청취하기 위해 북·일 협상의 일본 측 수석대표인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10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이런 변화는 동북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족품으로 북한에 억류된 지 2년 만에 전격 석방된 미국인 케네스 배(46·위 사진)와 7개월 만에 풀려난 매튜 토드 밀러(24·아래 사진 왼쪽)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매코드 공군기지에 도착해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_ AP연합


그런데 남북관계, 한·일관계는 여전히 단절되어 있다. 이러다 자칫 한국이 갈등의 섬에 고립될까 걱정스럽다. 정부는 북한 주요 인사 3인의 남한 방문으로 마련된 대화 복원 기회를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놓친 바 있다. 대일관계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북한, 일본이 먼저 성의 있는 자세로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앉아서 상대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완고한 자기 원칙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선(先)신뢰’를 강조하지만 북·일, 중·일관계가 신뢰가 굳건해서 진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동북아 평화협력을 주도하겠다면 상황을 따라가기보다 주도한다는 능동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유연한 사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 방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에게 정부 특사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남북대화 복원은 동북아 정세를 이끄는 동력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