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 중·일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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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한·중, 중·일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1. 11.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에서 동북아 국가들이 교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특히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 당사국 간의 대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시 주석의 냉랭한 태도가 보여주듯이 중·일 정상회담은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시 주석은 “최근 2년간 중·일관계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 생긴 것에 대한 시비곡직은 명확하다”면서 양국 갈등의 책임이 일본에 있음을 명료하게 밝혔다.

한·일 정상도 어제 만찬에서 옆자리에 앉은 것을 계기로 오랜만에 다양한 현안에 관해 대화를 했다. 당초 두 정상은 만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중·일간 2년 만의 정상회담, 북한 억류 미국인 2명 석방 등 동북아 정세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 이후 자연스러운 형식으로 대화의 기회를 가졌다. 이 대화 역시 중·일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아베 총리가 상대국의 관계 정상화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성사된 것은 아니다. 그런 점 때문에 이번 대화는 한자리에 모였으면서도 대화도 안 할 정도로 냉각된 장면을 세계 앞에 보이는 것을 피해야겠다는 소극적 자세의 결과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중·일 정상회담 개최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중국 베이징 워터큐브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내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줄 왼쪽부터) 등 각국 정상들과 불꽃놀이를 관람하고 있다. _ AP연합


그게 이번 대화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그만큼 당사국들이 아직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화가 그런 수동적인 동기였다 해도 대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의식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에서는 원칙 못지않게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관계 악화를 방치하며 동북아 불안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베이징 회담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현안에 관해 상호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게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아베 총리는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자신의 기준으로 일정한 외교적 성과를 달성했다. 스스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도 내렸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아베 총리가 먼저 자신에 의해 촉발한 갈등이라는 점을 고려해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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