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전 70주년 독·일 두 전범국가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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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종전 70주년 독·일 두 전범국가의 과거와 현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9.

근현대사를 돌아볼 때 독일과 일본은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두 국가는 모두 세계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인류의 미래를 위협했던 위험한 존재였다. 유럽과 아시아를 유린했던 독·일은 전쟁이 끝나자 전범국가로서 분단과 미군 점령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된 오늘 독일과 일본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다르다. 독일은 유럽의 중심으로 부상했고, 유럽 통합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갈등과 분열의 중심축이 되었고, 과거사에 발목 잡혀 지도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이 유럽을 이끌어가는 데 유럽국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는 것과 달리,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자기 역할을 강화하려 할수록 주변국들로부터 의심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나아가 미화하는 일본 내 우경화 흐름이 낳은 결과이다.

한때 같은 출발선에 있었던 독일과 일본이 전후 70년을 맞는 올해 왜 전혀 다른 나라로 대접받고 있는지는 어제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잘 말해주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도쿄 강연에서 “(유럽 화해는) 독일이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방한했을 때도 “유럽 통합이 가능했던 것은 독일이 과거사를 청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회담 하루 전인 지난 8일 자민당 창당 60주년 기념 전당대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이웃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힘써 나가는 것과 함께 야스쿠니 참배를 계승하겠다”고 한 것이다. 야스쿠니 참배 행위는 이웃국가에 대한 도발이다. 그런데도 그런 입장을 표명하는 건 그가 사실은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도쿄 시내 총리공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전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함으로써 주변국과 화해할 수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일본을 향해 “과거사를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_ AP연합


아베 총리는 독일에 편승해 두 나라가 함께 전후 ‘세계 평화’에 공헌했음을 부각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아시아인의 시각에서 그런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은 독·일의 동질성보다 이질성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세계인도 ‘독일이 유럽, 나아가 세계를 이끌고 있는데 왜 일본은 주변국과의 과거사 갈등에 발목 잡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역사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국가의 위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아베 총리가 부디 배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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