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의원 선거 개헌선 확보 실패, 아베 ‘폭주’ 멈추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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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참의원 선거 개헌선 확보 실패, 아베 ‘폭주’ 멈추라는 뜻이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7. 23.

일본의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21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얻는 데는 4석이 모자라 실패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승리한 것이라고 목표를 설정했지만, 내심 꿈꾸던 개헌 발의선 확보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반쪽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베 총리가 유권자의 뜻을 존중한다면 개헌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또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단행했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역시 선거가 끝난 만큼 철회를 재고하는 게 순리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완승이 확실시되자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들의 이름에 붉은 리본을 붙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도쿄 _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이런 선거 민심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22일 “다른 정당 및 무소속 의원들과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일관계를 생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며 한국에 대해 ‘신뢰의 문제’까지 거론했다. 전날 개표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될 것”이라고 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초강경 자세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의 전략물자에 대한 관리체계 미비에 대비한 것일 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라고 또다시 억지를 부렸다. 일본 유권자들의 뜻에도 반하고 사실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청와대도 아베 총리에 대해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게 양국민을 위해 할 일”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선거 후 일본 측의 태도가 누그러질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한·일 갈등은 더욱 격화될 판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교역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은 일본에도 이롭지 않다. 한국의 전략물자 대북 밀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망신당한 처지에 한국의 신뢰를 거론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한·일은 23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불법성을 놓고 논리 대결을 펼친다. 또 일본은 이달 말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법제화한다. 아베 총리는 선거 민의를 수용해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공세를 멈춰야 한다. 일본의 공세는 단순히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 공조를 깨뜨림으로써 동북아 평화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행위이다. 아베 총리는 개헌 작업을 중단하고, 양국 간 갈등을 외교적으로 풀자는 한국의 제안에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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