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일 정상회담, 일본의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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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한·미·일 정상회담, 일본의 노력에 달렸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1. 16.

올 연말쯤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 뒤 분위기가 나아지면 3개국 정상회담을 하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에 중·일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3국 정상이 취임하고 함께 두 번은 만나야 할 시간을 흘려보낸 뒤의 일이다. 그러나 3개국 정상회담이 성사돼 국면을 전환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이르다. 회담 이후 중·일 간 실랑이가 말해주듯 동북아 현실은 언제든 다시 갈등이 촉발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합의한 관계 개선 4개 원칙 가운데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관한 표현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다른 견해라는 말을 두고 영토 분쟁을 인정하는 쪽으로 일본이 양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한때 나돌았다. 그러자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다른 견해는 영유권이 아니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관한 것으로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신속하게 해명했다. 이에 맞서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일 공세를 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일본의 교활한 수단,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견해라는 표현은 의도적으로 서로 편리하게 해석할 여지를 두고 있다. 그 해석을 놓고 지금 시비를 가리겠다고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센카쿠 영유권을 둘러싼 이견이 회담 한두 번으로 좁혀질 문제도 아니다.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 하고 있다. _ AP연합


최근 어렵사리 베이징에서 중·일, 한·일 정상이 대화를 한 마당이다. 모든 당사자가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중한 언행이 요구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박 대통령과 다시 만나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일본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아베 총리는 자신은 물론, 각료들이 대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

3국간 입장의 차이를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차이가 대화를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견해가 다르다는 데 견해가 일치한다’는 합의도 해야 할 때가 있다. 견해가 달라도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더 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3국 협력은 갈등보다 상호 이익 추구에 도움을 준다. 그간 갈등으로 잃은 것들이 적지 않았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아베 총리가 분위기 조성에 더욱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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