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정상의 미래 50년을 위한 메시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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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한·일 정상의 미래 50년을 위한 메시지 주목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6. 22.

일본을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어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아베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방한 때 사진을 선물했다. 얼마 전까지 갈등하던 이 두 나라의 느닷없는 친밀성은 적잖이 낯설어 보인다. 요즘 며칠 사이 한·일 관계가 달라졌다고 느낄 만한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윤 장관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도쿄를 찾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과 회담했다. 두 장관은 한·일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문제도 타결했다. 일본이 한국인 강제 징용 사실을 기록하고 한국은 세계유산 등재를 반대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일 관계 변화 기류를 분명히 드러내는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어제 저녁 각각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주한 일본대사관 행사에, 아베 총리는 주일 한국대사관 행사에 직접 참석해서 한·일 관계의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를 한·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을 위해 함께 나아갈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 가장 큰 장애요소인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우리는 많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지난 50년간의 우호의 역사를 보고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며 50년을 전망하며 양국 간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도쿄 셰러턴 미야코 호텔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오른쪽). (출처 : 경향DB)


양국은 당초 상대국 대사관 행사에 장관급이 참석해 정상의 연설을 대신 낭독하기로 했으나 박 대통령이 교차 방문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런 적극성은 평가받을 만하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외교 문제에서 너무 수동적, 소극적으로 임했다. 스스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제시했으면서도 평화 조성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한국이 평화와 협력을 주도한다고 했으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수동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중·일 정상회담, 미·일 정상회담 등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양국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압력, 국내 여론의 압박을 받고 50주년 기념식이 닥치고 나서야 나섰다. 이제 한·일 관계의 복원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해 외교의 주도성,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두 정상의 이날 다짐이 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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