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전쟁 65주년, 평화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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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한국전쟁 65주년, 평화는 어디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6. 24.

오늘은 한국전쟁이라는 대량 살육전이 전개된 지 65년이 되는 날이다. 그 끔찍한 전쟁의 상처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교훈을 안겨 주었다.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남북은 이 금기를 깨뜨리지 않았다. 전쟁 이후 지금까지 전면전은 물론 국지전도 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전후는 평화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소극적 의미에서만 그렇다. 한반도에 발을 딛고 사는 남북의 시민은 그와 같은 평화의 최소주의에 만족할 수 없다. 그건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남북간 군사적 충돌은 남북 군인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은 평화를 위협했다. 북한의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은 부족한 자원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쏟아 붓는 일을 정당화했고 북한 시민들을 굶주리게 했다.

이에 맞서 남한은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마련하고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들여오는 데 아낌없이 시민의 세금을 쓰고 있다. 남북은 전쟁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한반도를 세계 최고 수준의 중무장 상태에서 군사적 대치를 하는 일촉즉발의 위험이 도사린 땅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건 전쟁이 끝났을 때 기대했던 평화의 모습이 아니다. 전쟁의 불씨가 살아있는 이런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우리가 원했을 리가 없다. 전쟁 발발 6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바라는 것은 통일까지는 아니어도 남과 북이 전쟁의 공포 없이, 화해하고 서로 돕고 사는 공고한 평화체제,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대화하지도 못하는 지금 한반도에 이런 평화가 없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인 더글러스 맥아더(가운데)가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와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에 따라 지난 23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서 문을 열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결적 태도로 나오고 있다. 다음달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참석을 취소한 데 이어 억류 중인 남한 시민 김국기·최춘길씨에게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긴장을 격화하고 대결을 고취하는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북한도 남한도 북한 인권을 어떻게 개선할지 길을 찾지 못한 채 대결과 적대의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정부는 북한 탓만 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 땅에 든든한 평화의 뿌리를 심겠다는 각오와 열정이 없다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 우리는 전쟁을 했기에 평화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왜 아직 비평화적 태도와 정책, 제도를 포기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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