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혼란스러운 대북정책 이중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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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혼란스러운 대북정책 이중신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6. 28.

정부가 최근 며칠 사이 성격이 전혀 다른 대북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26일 무기거래를 통해 북한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외국인 3명과 외국 기관 4곳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27일에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전라남도의 대북협력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남북 간 직접적인 군사대결이 없는 상황에서 대북금융제재는 가장 공격적인 대결정책이다. 반면 지자체의 대북협력사업은 남북화해를 추구하는 사업이다. 하루 만에 북한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금융제재를 더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북한은 “도발자들에게는 무자비한 징벌과 비참한 파멸밖에 없다”며 위협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남북 간에는 북한의 3차 핵실험, 개성공단 잠정 중단, 남북대화 무산의 악재도 있었고, 북한 실세 3인방의 인천 아시안게임 방문 등의 호재도 있었다. 정치적 상황이나 국제정세에 따라 대결과 대화가 병존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없는데도 정부 입장이 불과 하루 만에 대북유화와 강경을 오간 것은 남북관계의 통상적 이중성과는 다르다. 이러니 남한 내부에서도 정부가 대북관계에서 무엇을 추구하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을 돌연 철회한 지난달 20일 오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더구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금융제재와는 무관한 일이다. 정부는 독자적으로 대북금융제재에 나선 배경에 대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국내외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해가 안 된다. 북한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압박에 변화하기는커녕 반발하면서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져왔다. 정부는 이런 북한의 특성을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이와 관련해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달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후 대북압박 강화를 강조한 바 있는데, 한국의 독자적 금융제재가 미국의 주문에 따른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 추종 정책으로 한·미관계와 동북아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유일하고 소중한 동력원을 잃을 수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목표로 하는 남북 간 신뢰 회복에 반하는 일이다. 남북관계의 전기를 맞을 수도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논의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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