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광주 U대회, 남북 함께하는 축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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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정동칼럼]광주 U대회, 남북 함께하는 축제 돼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6. 25.

제28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가 170개국에서 2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7월3일부터 14일까지 12일간 광주에서 개최된다. 선수촌 개촌식이 바로 오늘 열리는 것을 보면, 대회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회 열기가 가득해 성공적인 개최가 이뤄지길 기원하는 마음이 크다. 광주, 전남 지역 주민들도 이 대회 성공이 낙후한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불씨가 되길 크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19일 불참을 통보해 옴으로써 대회 흥행에 먹장구름이 끼었다.

당초 북한은 육상, 다이빙, 기계체조, 리듬체조, 탁구, 유도 등 6개 개인종목과 여자축구와 핸드볼 등 2개 단체종목에 나설 선수 75명과 임원 33명 등 총 108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참가를 전제로 조 추첨 등을 한 구기종목 등은 재추첨을 해야 하는 등 대회 자체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 같다. 무등산 아래 빛고을 광주에서 남북한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을 기다려온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북한은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 개소와 남측의 군사대결 추구를 불참 이유로 꼽았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5월29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유엔 북인권사무소가 서울에 끝끝내 설치된다면 공공연한 대결 선포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강대강(强對强) 대결구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와 유엔 인권사무소 개소에 대한 반발 속에 불참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장기화에 대한 민감한 반응도 북측의 불참 배경이다. 작년 에볼라 사태 때 북한에 들어가는 사람들 모두는 예외 없이 3주간의 격리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도 격리 대상자에 포함되었을 정도였다. 이처럼 북한은 전염병에 민감하다. 주민들의 영양상태가 고르지 못하고, 의료체계가 취약한 상황에서 메르스가 북한에 퍼진다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 개성공단 출퇴근 근로자 5만여명의 메르스 감염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북한 당국 입장에선 U대회 참가가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우리가 북측의 U대회 참가를 고대한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북측 선수단 참가와 응원단 파견이 대회 흥행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북측 선수단의 참가와 고위 인사들의 방문으로 국내외 이목이 집중되었다.

북한 응원단이 처음 국내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이다. 당시 북한은 300여명의 여성 응원단을 파견하여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듬해에도 비슷한 규모의 미녀 응원단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 파견하였으며, 2005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도 100여명의 응원단이 참가해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번 U대회에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 참가를 기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하나 이유는 북측 선수단 참가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트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당국 간 관계가 꽉 막혀 있을 때, 스포츠 교류가 그것을 뚫는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가장 비정치적인 분야인 스포츠 교류, 그중에서도 U대회 참가 과정에서 당국 간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북측의 이미지 개선 효과도 크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상당 부분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된다는 점에서 아쉽다. 현재의 남북관계가 말 대 말의 상호 비난이 험악하고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포츠 교류는 스포츠 교류대로, 그것도 빛고을 광주에서 개최되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가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북한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북측의 불참 통보는 매우 아쉽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수변 무대에서 '사랑을 주세요! 자랑으로 드리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기보배 이용대 주장이 선서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북측이 참가하는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U대회 개막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급하게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남측 보건당국이 완벽한 대책을 내놓아 마음 편하게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당장, U대회 참가 문제만 논의하는 당국 간 대화를 남측 정부가 제안하기를 바란다. 남북 당국은 교류 협력의 이 좋은 기회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7월의 태양 아래 빛고을 광주에서 남북 청년들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를 기대한다. 북측이 불참을 재고하길 바란다.


김용현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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