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성찰] PD수첩’의 보도, 얼마나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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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PD수첩’의 보도, 얼마나 기억될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4. 23.

2010.4.23 경향신문


사실 MBC ‘PD수첩’이 지난 화요일에 보도한 검사와 스폰서, 그리고 성접대 내용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그런 내용은 실명이 빠져서 그렇지 이미 출간된 여러 책들을 통해서도 알려졌던 일이다. 진짜로 놀랄 부분은 ‘PD수첩’이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보도를 해냈다는 점, 그리고 명확한 증거와 증언을 담아 초점 있게 보도했다는 점이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불충분한 증거와 믿을 수 없는 증언에 근거한 것이었다는 법원 판단에 비추어보면, ‘PD수첩’의 고발내용은 증거 중심이었다. 법 공부를 하지 않은 나의 무식한 판단으로는, 이번에 ‘PD수첩’을 진행한 최승호 PD를 임시검사로 임명해서 곧바로 재판에 들어가도 될 것 같다.


김창길 기자

 
방송에서 지검장의 이름이 직접 거론된 부산검찰청은 보도 내용이 “선정적”이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정도의 선정성을 가진 사건이었기에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사의 연예프로인 ‘강심장’과 ‘승승장구’보다 시청률에서 앞지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면 시청자를 모독하는 말일까?

사실이지 이번 보도가 아니었더라도 검찰, 혹은 검사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비판은 최근에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몇 달 전에 나온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서의 적나라한 지적도 그랬고, 또 김두식 교수가 작년에 낸 책 「불멸의 신성가족」에서의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내는 법조인들의 이야기가 그랬다.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것은 내용이 선정적이어서일까, 아니면 그동안 검찰에 대한 비판의식이 누적되었던 탓일까?


증거·증언 담은 초점있는 방송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에 검사가 제주도에서의 골프접대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 이때 국회에서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은 삼성에 의해 골프접대 받고 식사접대 받은 검사들의 명단, 삼성이 접대 내용과 시간까지 적어 서류형태로 만든 명단을 자신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한 전 총리 재판 담당검사들이 과연 골프접대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느냐고 검찰총장에게 따져 물었다. 검찰총장도 그 명단에 빠져있지 않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이 장면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널리 퍼져있다. 그 명단의 내용은 조사되어야 마땅할 사안인 것 같은데 조사되지 않았고, 또 국회에서도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골프접대 따위는 별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충분히 선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스폰서를 받고 접대를 받는 검사가 검찰의 다수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숫자로는 다수가 아닐 것이다. 숫자로도 다수라면 대한민국은 정말 끝이다. 하지만 검찰을 지휘하는 자들이 그런 환경을 용인하는 한, 그들이 다수자이다. 세상을 남성이 지배하니 여성이 소수자라 불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직한 검사의 마인드가 검찰을 지배하지 못한다면 그 정직한 검사가 다수라도 검찰의 소수자일 뿐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리스트에 있는 법조인들, 그리고 ‘PD수첩’에 공개된 문서에 언급된 검사들, 소수의 권력자들에게는 공개되었으나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그 인물들에 대해 명백히 조사하라. 그렇지 않으면, 접대 받는 검사들이 아니라 정직한 검사들이 검찰의 예외적인 존재가 된다.


‘정직한 검사’가 예외존재 안되게

검찰을 바로 세우려면 국민들이 끝까지 지켜보고 말하고 비판해야 한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있었던 어떤 대화의 자리가 기억이 난다. 당시에 안상수 의원의 좌파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안 의원을 후원하는 이에게 주위에서 안 의원을 염려하는 말을 하자 그 후원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별거 없어요. 시간이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 잊어버릴 텐데요 뭐. 천안함 사건이 터졌으니 이젠 그 일엔 아무도 신경을 안 쓸 거예요.” 궁금해진다. 이번의 의 보도가 얼마나 오래 국민들에게 기억될까? 그 기억의 시간만큼만 검찰이 변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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