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성찰] 우리에게 애국심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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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지난 시리즈

[사유와 성찰] 우리에게 애국심은 무엇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6. 18.

학부 저학년 철학강의 시간에 갑자기 정교한 논리와 사유훈련이 있어야만 충분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누가 해버리면 난감해진다. 대답을 피하자니 실력 없는 교수가 되어 버릴 테고, 대충 얼버무리다간 자칫 조롱을 받을 수 있고, 모든 요소들을 상세히 설명해 답하자면 한두 시간으로는 되지 않으니 말이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관련 서한을 보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바로 이런 질문이 우리 앞에 불쑥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일로 참여연대는 이 시대에 애국심이란 무엇인가라는 난제를 던지고 스스로 그 논란의 중심에 서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이 복잡하기는 해도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여연대의 활동은 이적행위나 반국가적 행위, 혹은 애국심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다. 애국심에는 여러 얼굴이 있고, 참여연대의 행위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왜 정부가 천안함 관련 조사와 발표 등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6·2 지방선거에서 북풍의 덕을 보지 못하였는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우선 시민들의 의식 속에 정부는 곧 국가라는 정식은 깨져 있다. 현 정부 이전의 10년 경험을 통해 정부의 정책과 국가의 지향성을 구별하여 생각할 여유를 시민들이 갖게 된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가 중요했다. 천안함 사태는 없어야 했던 일이지만, 그런 일이 발생했더라도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평화지향적이라야 성숙한 해결이라는 판단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했던 것이다.

 

참여연대가 안보리에 보낸 `천안함 침몰에 관한 참여연대의 입장' 보고서와 서한 (연합뉴스)


글로벌한 가치 지향 참여연대

게다가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지지를 구할 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를 추구함으로써 결국 국제문제에 있어 남북한의 정치적 자립성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염려를 나눌 정도로 시민들은 국제적 시야도 갖추고 있었다. 조사발표의 논리성에 대한 의문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한마디로 시민의 정치적 이해와 상상력은 정부 정책의 지평을 넘어가 있었다.

이런 상황과 더불어 비정부기구(NGO)로서의 참여연대의 본질이 중요하다. NGO는 로컬의 관점을 넘어 글로벌한 가치를 구현한다. 그래야 NGO가 이익집단의 틀을 벗어날 수 있고, 국제적 연대를 통해 전 지구적 평화와 인간다운 세계 건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NGO의 활동은 글로벌한 연대를 지평으로 이루어지며 또 그래야만 한다. 이 때문에 NGO와 로컬정부 간의 갈등은 필연적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부당한 행위를 수없이 자행했을 때 이를 세계에 알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직접 도운 수많은 활동가들 가운데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있었다. 매국적 행위라는 욕을 다른 이스라엘인들에게서 얻어먹지만 그들의 행위는 옳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진정한 충성과 연결된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지 벌써 60년째이고, 이 땅은 아직도 분단 상황에 있다. 게다가 지금은 천안함 사태를 겪었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남아공에서 경기하는 북한 팀에 응원을 보내고, 정대세가 북한 국가 연주를 들으며 흘린 눈물에 ‘어떤’ 공감을 표하고 있다. 이것은 이적감정이고, 불온의 징표인가? 결코 아니다. 이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마음으로 품고 있다는 징표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나라의 하나됨과 평화를 위해 좋은 현상이다.

공동체를 위한 사랑과 자기희생

애국심이란 공동체를 위해 자기희생까지 감수하려는 개인의 마음 상태를 말한다. 이는 때때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희생까지 요구한다. 이데올로기의 아우라에 취해서 또는 폐쇄적 민족주의 운동에 휘둘려 심겨지는 애국심은 악(惡)하다. 진정한 애국심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온다. 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존중되고 그들의 활동이 존중될 때 그 구성원들은 자신의 공동체를 목숨 바쳐 지키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거기에서 자기희생을 담은 애국심이 나오지 않겠는가.

애국 담론은 특정한 집단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이번 참여연대의 일을 기회로 우리는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그 질문 앞에 우리가 던져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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