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공포정치’로 김정은이 무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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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시론]‘공포정치’로 김정은이 무너질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5. 14.

북한의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이 고사총으로 처형당하고, 그의 시신은 화염방사기로 흔적까지 없어졌다는 언론보도가 5월13일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4월30일 처형됐다던 현영철은 5월5일과 12일 사이에도 북한 매체에 여러번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12년 7월 당시 총참모장 리영호가 숙청된 후 6일 만에 자료화면에서까지 그의 모습이 완전 삭제된 것과 비교된다. 그런 점에서 현영철 처형에 대한 사실관계는 앞으로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4년차로 접어든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 일단 의문을 갖게 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재판절차도 거치지 않고 공개총살과 같은 극단적 방식으로 간부들을 처형하는 폭압정치는 김정은이 대내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김정은은 집권하면서 아버지 김정일의 집권 초기보다 7배나 많은 수의 간부들을 숙청했다. 한편 간부들의 강등·원상회복 반복과 군부의 ‘견장정치’가 권력기반을 다져나가는 김정은의 불안감과 위기감의 표출일 수 있다. 2013년 12월12일 ‘설렁설렁 박수 친 죄’로 처형된 장성택을 비롯, 고위간부들의 불충과 불경은 어린 나이에 등극한 김정은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김정은의 전기 격인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그 후의 북한 풍경>이라는 책을 보면, 김정은은 2001년 스위스 베른에서 귀국한 후 2002년부터 2006년 12월까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군사학을 공부했고, 2006년말경 후계자로 내정됐다. 그리고 2011년 김정일의 사망으로 최고지도자가 됐다. 갑작스럽게 권력을 넘겨받고 보니 집권 초기 김정은은 김정일 시대의 인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2013년 1월1일자로 주요 간부의 나이에 제한을 두라고 지시했고, 1964년 이전 출생자들이 주요 간부직에 진입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았다. 60~70대의 원로세력이 불편하고 눈에 거슬렸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최근 숙청됐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국회 김광림 정보위원장과 여야 정보위 간사들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취재진에 브리핑을 했다. 사진은 2014년 7월 5일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변인선 작전국장이 육해공군의 도서상륙훈련 도중 대화하고 있는 모습. _ 연합뉴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 곧잘 비교된다. 김정일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데 반해 김정은은 그렇지 않아서 지지기반이 취약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닮은꼴’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정치적 수완과 스타일은 아버지보다 할아버지를 더 닮은 것 같다. 대중 친화적이고 비행기 타는 것 좋아하고 스포츠 좋아하는 것이 아버지보다 할아버지를 더 많이 닮았다. 어린 나이에 권력을 계승했기 때문에 경험이 없고 젊어서 무모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김정은 체제는 결국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정은 체제의 기반이 되는 권력 네트워크는 김씨왕조의 ‘백두혈통’과 빨치산 후계 세대다. 이 두 집단이 끈끈하게 협력하면서 김정은 권력을 지탱해 줄 것이다. 봉화조(북한판 태자당, 혁명 원로나 고위 공직자 자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김씨왕조의 ‘백두혈통’을 대체할 만한 대안세력도 아직은 없다. 둘째, 김정은의 권력을 유지하는 능력이 과소평가되는 측면이 있다. 우선 그 나이에 60~70대의 원로간부들을 처형하고, 집권 후 3년여 만에 70여명의 간부들을 숙청한 것으로 보아 김정은의 권력욕과 관리능력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타고 난 것 같다. 물론 그러한 권력 유지와 행사 방식은 도덕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권력의 속성이 원래 그러하지 않은가. 김정은의 무자비한 공포정치가 지지기반 약화와 저항세력의 등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희망적인 관측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이 원래 권력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는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정치문화 속에서는 공포정치 폭압정치가 오히려 사람들의 충성심을 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마키아벨리가 “정치는 원래 도덕과 아무 관계도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황재옥 | 원광대 초빙교수·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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