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남북대화 분위기 살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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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박 대통령, 남북대화 분위기 살리고 있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5. 17.

최근 남북 간에 복잡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을 위해 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지난 13, 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했다. 이례적으로 밤늦게 함포와 해안포 수백발을 쏘는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이 같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달리 한편에서는 평화를 기원하며 북한에서 남한으로 경계선을 걸어서 넘어오는 행사가 추진되고 있다. 세계 여성 평화 운동 단체는 오는 24일 북측에서 걸어서 판문점을 통과하기로 했고 북측의 승인을 받았다. 정부도 판문점 대신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면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남북 민간단체도 6·15 공동선언 15돌 및 광복 70돌 기념 행사를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6·15 공동선언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키로 하고, 광복절 행사를 서울과 평양 가운데 어디에서 할지 이견을 조정하고 있다.

이렇게 지금 남북 간에는 대결과 화해의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는 미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화해의 흐름은 상대적으로 미약하고 대결의 기세는 강한 편이다. 이 시점에서는 화해 분위기를 살리고 대결을 피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북한이 도발적 태도를 버려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도 단절된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의 움직임은 걱정스럽다. 특히 국정원은 확실하지도 않다면서 지난 13일 북한 내 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반역죄로 처형됐다고 밝혔다. 예정에 없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어 보고할 만큼 그게 시급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이다. 외국 언론이 먼저 보도할까봐 그랬다는 식의 설명은 의혹만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민간한 정보 사항인 만큼 먼저 확인했어야 하고 설사 확인했다 해도 정보기관이 앞다퉈 그걸 공개하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다. 더구나 남북관계 회복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그렇게 느닷없이 발표하면 정부의 대화 의지를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이 최근 숙청됐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국회 김광림 정보위원장과 여야 정보위 간사들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취재진에 브리핑을 했다. _ 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한동안 자제했던 대북 강경 발언을 최근 다시 시작한 점도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제사회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하지만 적반하장 격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5일에는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화를 포기하려는 게 아니라면, 박 대통령과 관련 당국은 불필요한 대북 자극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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