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10돌, 테러리스트 정부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이라크 전쟁 10돌, 테러리스트 정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3. 11.

더글러스 러미스 | 미국 정치학자·오키나와 거주



2002년 10월10일자 ‘뉴욕출판리뷰’에는 다음과 같은 광고가 실렸다. “대회: ‘테러리즘’에 대해 1)전투 수행방식의 특성을 잘 포착하면서도 2)미군의 전략·전술은 제외한다는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가장 적절한 정의를 제시하는 분께 1000달러를 줍니다. - 정치적 언어에서 정확성을 추구하는 모임, 설립자 프랭크 바르댁, 더글러스 러미스, 제프리 러스티그”


우리나라(미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으면서도 정부 관리들과 일반 국민들이 테러리즘이 무엇인지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을 우려하며 낸 광고다. 미국이 그런 전쟁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1) 2)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방식으로 테러리즘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우리는 과연 누가 그걸 할 수 있을지 보려고 이 대회를 후원했다.


우리는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시작하기 전까지 52개의 답변을 받았다(이라크전쟁 개시일은 2003년 3월20일이다). 그 중 일부는 논평이나 패러디였지만 상당수가 진지한 응모였다. 두가지 부류가 있었다. 첫번째 부류를 예시하자면 “적 체제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고 정책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민간인을 상대로 수행하는 전쟁”, “전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효과를 갖는 폭력의 형태” 등이다.


이는 테러리즘이 어떤 종류의 전술인지 잘 보여줌으로써 조건 1)을 충족하는 꽤 괜찮은 기술이다. 하지만 미군이 써온 전략·전술은 왜 이러한 활동에서 제외되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조건 2)를 충족하지는 못한다.


두번째 부류의 예는 “자살 공격 등 기습적인 폭력 공격 작전으로 민간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체제 변화, 체제 정책의 변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갖고 공포, 혼란, 사기저하, 피로감, 절망감을 야기하려는 비밀결사나 개인의 활동”이다.


이 역시 테러리즘 전술을 꽤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전술이 왜 “비밀결사나 개인”이 사용했을 때만 ‘테러’로 칭해져야 하는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만약 정부가 그 전술을 사용한다면, 우리는 그걸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뭐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대회 참가자들 중 아무도 이 물음에 답을 주지 못했다. 따라서 대회 우승자는 없었다. 미군이 쓰는 전술·전략을 제외하면서 테러리즘을 정의하기란 불가능했던 것이다.


테러는 엄청난 공포를 의미한다. 이 단어는 프랑스혁명 종반부인 공포정치(le Terreur) 기간에 처음으로 정치적 용어가 됐다. 당시 정말로 공포스러웠던 것은 법이 무효화되고, 무작위로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다. 규칙이 매일 바뀌었다. 오늘 좋은 시민의 행동이 내일 단두대에서 처벌받는 행동이 됐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주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공포가 온 사회로 확산됐다. 여기서 핵심은 최초의 ‘테러리스트’는 바로 정부였다는 점이다.


미국 ‘테러와의 전쟁’ 일지 (경향신문DB)


전투 수행 전술로써의 테러리즘은 의도적으로 전쟁법을 위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법에 따르면 가능하다면 적 군인만 사살 대상이다. 그 말은 민간인일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테러리스트 전술은 상대편 사람을 무작위로, 아무나 죽이는 것이다. 비록 죽이는 사람의 수가 적더라도, 상대편 사람들은 아무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되고, 공포감은 사회 전체로 퍼지게 된다. 따라서 상대편에게 미치는 충격 효과는 실제 물질적 손상보다 훨씬 크다.


테러리스트의 전형적인 행동은 버스나 식당에 폭탄을 던지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는 누가 죽을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아무나 죽이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기 쉬운 것은 전투기로 도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 역시 도로와 건물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수많은 버스 승객과 식당 손님들을 죽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적국 도시에 대한 지역폭격(area bombing)은 “테러폭격(terror bombimg)”으로 불렸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도 영국군의 독일 도시폭격을 그렇게 불렀다. 지역폭격이 테러리즘이라면 원폭투하는 최고의 테러리즘일 것이다. 하지만 1945년 이후 그 단어의 의미는 점차 바뀌어서 이제는 반정부 조직만 테러리스트로 불린다.


사실은 정부군과 반정부조직 모두 테러리즘 전술을 쓴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남는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테러를 동원하는 군대조직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걸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