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잘 가라, 전시작전통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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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정동칼럼]잘 가라, 전시작전통제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1. 4.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었다. 국방부는 2020년대 중반에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예상일 뿐이다. 2012년과 2015년의 공약도 지키지 못했는데, 그 예상을 어찌 믿을 수가 있을까. 한·미는 전작권 전환을 시기 충족에서 조건 충족으로 변경시켰다. 지난 10월23일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첫째, 안정적인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둘째,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군사능력 셋째,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능력 구비 등 3가지다.

이를 풀어 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 군의 독자적 능력이 갖춰지고 동북아와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면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조건은 실현 불가능하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와 킬 체인이 구축되면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구축 목표를 2020년 중반으로 잡았다. 10년 안에 진화하는 북한의 이동형 미사일 발사체를 사전에 탐지하고 격파할 수 있는 킬 체인과 군사위성 한 대도 없는 현실 속에서 완벽한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고 이를 수세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방어무기체계는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완성할 수 없다. 따라서 10년 후가 되어도 ‘한국군의 필수 능력 대응 미비’로 전작권을 가지고 올 수 없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더욱이 한반도와 동북아는 언제 안정될 것인가? 북한의 비핵화는 둘째치고 북한의 존재 자체가 한반도의 불안정 요소로 지속되는 한 전작권을 미국에 계속 맡겨 두겠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동북아 환경이 조건이라면, 이는 억지 동맹인 한·미 동맹의 범주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역외교가 전작권의 하부가 되는 것이다. 더욱이 첫 번째 조건은 국방의 문제가 아닌 외교와 통일에 관한 사안이다. 이는 국방부의 명백한 월권이다. 이 나라가 국방부의 나라인가?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4년 10월 24일 (출처 : 경향DB)


문제는 전작권 환수가 곧 한·미동맹의 약화라는 심리적 공황이다. 전작권 환수의 본질은 미국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다는 감정적인 자주국방론이 아니다. 전작권의 본질은 대한민국의 방위를 우리 군이 주력을 맡고 미국이 동맹으로서 지원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과 국가적 비전을 갖고 전시에 우리 군을 통수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상식이다. 미국도 한·미동맹을 정상적으로 조정하자는 입장에서 전작권을 가져가라고 했지만, 우리의 대미 심리집착증이 전작권 환수 연기를 기약없이 만든 것이다. 의존을 넘어 과도한 집착으로 변질된, 그래서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우리의 동맹관이 부끄럽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부끄럽다고 이야기하면, ‘가만히 있으라’는 호통만 듣게 된다.

미국의 저변 여론을 지켜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전작권 환수 연기가 발표된 10월24일 미국의 육군일보(Army Times)의 페이스북 수십개의 기사 댓글 대부분이 “한국이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난 일색이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칼레빈 상원의원은 지난 7월 스케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의 인준청문회에서 “전시에 한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 미국이 이를 인지해야 한다. 주권국가 한국은 전시에 자국을 방어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주권의 중요한 부분을 미국에 양도했다는 뜻이다. 결국 34조원 이상의 국방비를 사용하는, 그것도 아시아에서 3번째로 많은 국방예산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능력도 없으니 미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식자층도 그러한 한국이 이해가 안된다. 결국 북한은 완벽한 위협으로 격상됐고, 미국은 완벽한 동맹이 되었으며 한국은 능력 부족 국가가 된 사건이 전작권 환수 연기인 것이다. 실망한 젊은 장교들을 볼 면목이 없다. 10월 24일 우리는 전시작전통제권과 부끄러운 이별을 한 것이다. 잘 가라, 전시작전통제권.


최종건 | 연세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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