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만도 못한 ‘균형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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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만도 못한 ‘균형 외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22.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 입국대에서 한국인 여권을 내밀면 직원이 팁 1달러를 요구한다. 입국비자 받을 때, 입국대 통과할 때, 출국대 통과할 때 이렇게 세 차례씩 모두 3달러를 내야 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내라니까 내야 한다.

씨엠립 공항을 이용하는 한국인 관광객은 연 30만명. 연간 90만달러(10억원)가 ‘유령 통행세’로 나간다. 물론 중국인과 일본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한 교민은 “그런데도 한국대사관은 캄보디아 정부에 말 한마디 못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물론 ‘통행세’ 문제는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한국 외교의 단면인 것도 사실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는 한국 정부에 대해 교민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정학적 이점을 지정학적 약점으로 반전시킨 ‘한심한 외교’라는 것이다.

요즘 캄보디아에서는 중국, 일본, 미국, 베트남 등이 서로 사회간접자본(SOC)을 깔아주겠다고 경쟁하고 있다. 도로와 철도, 댐, 상하수도, 항만 가릴 것 없다. 이제 갓 국민소득 1000달러를 넘어선 빈국, 캄보디아에 각국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인도차이나 반도 내에서 캄보디아가 갖는 정치적,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태국과 베트남이 친미로 돌아서자 중국은 캄보디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남진을 막기 위해 일본과 미국이 공동대응에 나섰다.

22일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코웨이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물 부족 국가인 캄보디아 어린이를 위한 우물파기 모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두 번 놀랐다는 우스개가 있다. 높은 대출금리를 수용한 것과 그걸 기한 내에 갚은 것이 놀랍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말레이시아가 IMF에 버텼던 것이나 지금 그리스가 IMF, 유럽연합과 벌이는 ‘벼랑 끝 협상’은 한국과 늘 비교가 된다.

사드와 AIIB도 마찬가지다. 선택권은 한국에 있는데 양국의 심기를 건드릴까 가슴 졸이는 것은 오히려 한국이다. 한 교민은 한국에 돌아가면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왜 지정학적인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캄보디아가 어떻게 실속을 차리나 좀 배우라고 하세요.”


박병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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