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집시 강제추방과 대조되는 스페인의 집시 포용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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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집시 강제추방과 대조되는 스페인의 집시 포용 정책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0. 4.
 

 

1. 프랑스가 강경하게 집시 추방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의 집시 포용정책이 주목받고 있다구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교외에 거주하고 있는 집시 안토니오 모레노는 대부분 극빈층인 다른 유럽 국가의 동족들과 달리 4개의 침실과 수영장이 있는 집에서 여유있게 살고 있습니다. 자신 소유의 스튜디오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다루는 버젓한 직업도 갖고 있구요. 또 그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잇따라 쫓겨나고 있는 동족들과는 달리 강제 추방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인구 4만명가량의 불법 정착촌에 살면서도 그가 이처럼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스페인이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집시에 대해 수십년째 통합 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서유럽 국가들이 집시를 문제거리로 보고 추방하고 있는 데 반해, 스페인은 집시들에 대한 포용정책을 유지하고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페인 거주 집시들이 지난 3월 말 부활절 전주인 수난주간을 맞아 말라가에서 행진을 하며 춤을 추고 있다. 말라가 | 로이터연합뉴스



2. 스페인의 집시 포용정책은 어떤 것인지, 또 그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요?

스페인에서 집시들에 시민권을 부여한 것은 1975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죽은 이후부터 입니다. 취직, 교육은 물론 4명 이상 모이는 것조차 금지됐던 집시들에게 주택 보조, 의료 보조, 교육 등의 사회적 혜택이 부여됐고, 집시들의 생활은 극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로 스페인 집시들 가운데 빈민가 거주 비율이 1978년 78%에서 현재 16%로 낮아졌고, 절반가량은 집을 소유하게 됐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집시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문맹률이 15%가량으로 떨어졌고, 또 집시의 75%가량이 고정적인 수입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집시들의 생활을 나아지게 하고, 스페인 사회에 통합하는 데 스페인 정부는 매년 3600만유로(약 560억원)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3. 스페인에서 집시들이 기존 사회에 쉽게 융합되고, 정부가 통합 정책을 실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스페인에 거주하는 집시는 약 97만명으로 추산되며, 서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우선 스페인에서도 가장 많은 집시들이 거주하는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관습이 집시들과 비슷한 것이 집시들이 이 지역에 정착하게 되는 주 원인이 됐습니다. 가족과 가문을 중요시하고 연장자의 권위에 따르는 집시들의 관습이 스페인 남부지방의 전통과 비슷했기 때문에 집시와 원주민 간의 결혼이나 교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빈번히 일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독재자 프랑코 사후에 집시 등 모든 소수민족을 포괄하는 헌법이 만들어진 덕분에 집시들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요. 현재 스페인은 다른 유럽국가는 물론 집시들의 고향인 루마니아에서도 집시통합정책을 배울 정도로 집시에 대한 정책이 성공한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EU 집행위 비비안 레딩 부위원장은 타임지에 보낸 이메일에서 “스페인 정부는 집시 인구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긍정적인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4. 스페인들 사이에서 집시에 대한 편견은 없는지?

 그러나 스페인에서도 집시가 아닌 스페인인에 비해 집시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인종차별적 시각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2006년 여론조사에서 스페인인의 40%가 집시들이 이웃에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2007년 루마니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해 유럽 내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루마니아 국적 집시들에 대한 대우도 스페인이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입니다.  스페인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집시와 집시가 아닌 스페인인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집시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을 활성화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는데, 스페인의 집시 어린이 10명 중 2명만이 중등교육을 마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입니다.


A Romanian Roma man carries a large bag, after he and more than 200 others arrived on two special flights from France, in Bucharest, Romania, Tuesday, Sept. 14, 2010. France's deportations of Gypsies are "a disgrace" and probably break EU law, the European Union's executive body declared Tuesday in a stinging rebuke that set up a showdown with French President Nicolas Sarkozy's conservative government. (AP Photo/Vadim Ghirda)/


5. 다른 유럽 국가들의 대집시 정책은 어떤가요?

 이탈리아, 프랑스 등 스페인 주변의 유럽 국가들은 최근 집시 추방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5월 자국 내 51개 집시 집단거주지에 대한 해산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올여름 집시 8000여명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으로 추방했습니다. EU가 프랑스정부의 집시 추방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프랑스는 오는 15일부터 추방되는 이민자들의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는 등 오히려 반집시 정책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12세 이상의 재정 지원을 받은 이민자 전원의 지문을 채취해 재입국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지요. 프랑스는 추방되는 집시들에게 어른 300유로(약 46만원), 어린이 100유로씩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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