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거센 원전 반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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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프랑스, 거센 원전 반대의 목소리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3. 19.

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로 이어지는 일본발 참사가 지구촌을 송두리째 뒤덮고 있다. 한 나라에서 일어난 재해가 지구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하는 건, 물론 그 폐해의 끝을 짐작도 할 수 없는 원전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 위험에서 기인한다. 일본을 이웃에 두고 있는 한국에서는 피폭자의 한국 입국, 일본인들을 위해 쾌척하는 연예인들의 성금 등이 화제가 되고 있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원전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가 일자마자 원전을 종결시키자는 거센 시민사회의 요구와 함께 찬반 논의가 불붙었다. 프랑스는 소비전력의 80%, 전체 에너지 의존도의 40%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원자력국가이기 때문이다.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전 의존도는 퐁피두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국가적 선택이었다. 원자력발전소 강화는 물론 원자폭탄 보유국인 프랑스의 무기 전략적 차원에서의 판단이기도 했다. 원자력 발전을 총괄하는 프랑스전력공사(EDF)는 2005년 당시 재경부 장관이던 사르코지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민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10년 전만 해도 유럽 최대 규모의 에너지연구소를 갖고 있던 EDF는 연구 인력을 줄이는 대신 원전의 안전을 홍보하고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선전·마케팅에 더 많은 재정을 쏟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경향DB

“원전 가동을 모두 당장 멈추지는 않더라도,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여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투자를 통해 원전 의존도를 줄여가는 것”
이 실상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EDF 연구노조는 역설한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원전 수출국이기도 하다. 당연히 안전성은 수출 증진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다. 프랑스의 원전은 “안전”하다는 평판을 대체로 얻고 있고, 대규모 방사성물질 누출 사태의 기록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윤 극대화의 논리로 운영되기 시작한 이후 낙후된 기기는 방치되고 부족한 인력은 채워지지 않으면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이 사고들은 대부분 원전 내부에서 은폐되었음을 노조는 전해준다.

무시무시한 규모의 원전국가인 만큼 여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반핵운동연합기구 핵으로부터의 탈출(Sortir du Nucleaire)’에는 무려 875개의 반핵단체가 모여 있다. 이미 지난 15일 한 차례의 시위를 진행한 이들은 20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있다. 진행 중인 새로운 원전 건설계획을 멈추고, 이에 대한 판단을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할 것과 30년 이상 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금지, 프랑스 원전의 해외수출 금지를 요구한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도 원자력 발전의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녹색당의 대표 노엘 마메르는 원전에 대한 확고한 입장 표명이 없는 한 제1 야당인 사회당과 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통령 사르코지는 원전 가동에 대한 의심없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며, 주요 20개국(G20) 의장으로서 조만간 격려와 지지의 의미에서 일본을 방문할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원전의 안전성 점검 작업을 실시하기 위해 원자로 7기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신속하게 발표한 독일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와 미래의 프랑스 전체에 대한 위험이 더없이 명백한 상황에서 결코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영웅적으로 천명하는 사르코지. “그는 내 친구지만 미쳤다. 그의 측근들에 의하면 사르코지는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다.” 독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천기를 누설한 사람이 또 하나의 광인 카다피지만, 이번만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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