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기자메모, 기자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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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기자메모, 기자칼럼46

알자지라의 앞날 1999년 1월27일 저녁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수도 알제 시내가 갑자기 캄캄한 암흑이 됐다. 전기가 나갔다. 전기가 부족해서도, 전력회사의 실수도, 천재지변이 온 것도 아니었다. 정부가 일부러 끊은 것이다. 정부가 수백만명의 불편과 바꾼 것은 알자지라 방송이었다. 이날 알자지라는 알제리 반정부 인사의 토론을 내보낼 예정이었다. 알제리군의 민간인 학살 같은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그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카타르 도하 알자지라 본사를 방문했다. 무바라크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 모든 소란이 이 작은 성냥갑에서 나온단 말이냐.” 개국한 지 3년밖에 안된 카타르의 방송사는 그렇게 중동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무바라크는 2년 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의 시민혁명으로 30년 독재를 내려놓고 대통령에서.. 2017. 6. 8.
공허한 ‘아는 척’ 이제 그만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세요?” 지난달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여성경제정상회의(W20) 회의장. 사회자의 직설적인 질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옆에 앉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어쩔 줄 몰라하는 메르켈을 보더니 박수를 치며 폭소했다. 사회자가 패널에게도 물었다. “여기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메르켈의 초청을 받아 패널로 나란히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의 손은 망설임이 없었다. 여성 지도자의 롤모델로 여겨지는 메르켈은 왜 끝내 손을 들지 않았을까. 이 작은 에피소드는 다분히 고지식하고 수사(修辭)와 친하지 않은 그의 성격 탓인 듯하다. 메르켈은 이렇게 .. 2017. 5. 11.
‘다마스쿠스의 봄’ “알레포에서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잠을 이룰 수 있는가.” 온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51)은 지난해 11월6일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하자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규칙적으로 자고 일하고 잘 먹고 운동도 한다.” 시리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느끼느냐고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테러리스트들의 잘못이다. 우리는 지금 자선이 아니라 전쟁을 얘기하고 있다.” 한때 아랍의 새로운 리더로 기대를 받았던 의학도는 ‘괴물’이 돼 있었다. 34살에 아버지 하페즈의 ‘30년 철권통치’를 이어받은 아사드는 당초 정치에 뜻이 없었다. 후계자는 카리스마 넘치던 장남 바셀이었다. 둘째 아사드는 1988년 다마스쿠스 의대를 졸업하고 .. 2017. 4. 13.
외교관례 무시한 미 국무장관의 ‘무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만찬을 함께하지 않은 것은 한국 측이 초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파문을 일으켰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8일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만찬 초대를 하지 않은 것이 대중적으로 좋지 않게 비칠 것이라는 점을 한국 측이 마지막 순간 깨닫고 ‘내가 피곤해서 만찬을 하지 않았다’고 성명을 냈다”고 말했다. 과연 한국은 그를 만찬에 초대하지 않았을까. 외교부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의사소통 혼선”이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의 첫번째 방한을 ‘지극정성으로’ 준비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일부러 틸러슨과의 만찬을 피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외교부는 준비 과정에.. 2017. 3. 20.
[기자칼럼]‘트위터 골목대장’이 온다 지난달 미국 국무부 내부 게시판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연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나 그 외 발언을 주저 않고 미국의 정책이라고 여겼다. 그럼 트위터는?” 이 글을 올린 외교관은 “외교 공무원은 당선자의 즉흥적 트위터 발언을 어떻게 취급해야 하나”라며 국무부에 명확한 공식적 메시지를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영화 대사를 인용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 꽤 험난한 길이 될 거야”라고 적었다.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찾아 헤아려 보니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9일부터 지난 17일까지 69일 동안 330개가 넘는 트윗이 올라왔다. 매일 평균 5개 정도씩 쓴 거다. 하루에 10개 넘게 쏟아낸 날도 있다. 반면, 기자회견은 지난 11일 딱 1번 있었다. 그것도 언론과 내내 싸우다.. 2017. 1. 19.
[기자메모]정부의 ‘집단탈북 공개’총선 전후 180도 돌변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또 근무지를 이탈해 제3국으로 탈출했다.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식당 지배인 1명과 종업원 12명이 탈출해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온 이후 40여일 만이다. 정부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 8일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은 중산층 이상 성분 좋은 사람들이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압박이 집단 탈북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관련 정보를 적극 공개하더니 이번엔 말을 아낀다. 통일부 당국자는 24일 “최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이 이탈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라고만 밝혔다. 탈출한 인원 수와 근무했던 식당의 소재지, 탈출 시점, 현재 근황 등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외교부가 설명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 2016. 5. 24.
오바마, 히로시마 간다면 한국인 피폭자 위령비에도 묵념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히로시마를 방문할지 고민하고 있다. 전임자 10명 중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그가 하려는 이유는 많다. 그는 무엇보다 훗날 ‘핵무기 없는 세상’의 초석을 놓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취임 첫 해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이 비전을, 임기 마지막 해에 최초로 핵폭탄이 투하된 도시를 방문해 재천명하는 것은 여러 모로 그림이 좋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제안한 것에 화답하게 돼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과의 관계를 한층 발전시킬 수 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전략에도 부합한다. 그럼에도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더 많다. 우선 보수층의 반발이다. 오바마는 취임 직.. 2016. 4. 19.
[기자메모]대북 제재 한 달…한국만 ‘퇴로 없는 전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 2일로 한 달이 지났다. 역대 최고 수준 제재라는 평가를 받는 유엔 결의 외에도 한·미·일 등은 독자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도 전면적인 제재 이행을 공언하고 실행중이다. 그런데 지난 한 달 동안 정부가 보여준 제재와 압박은 다른 나라와 성격이 다르다. 중국은 현재 충실하게 제재를 이행하고 있는 단계에 있지만 언제든 강약 조절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은 의회의 대북제재법을 통해 가능해진 ‘세컨더리 보이콧’을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6일 행정명령을 통해 독자 대북 제재를 강화할 때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언제든지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두었을 뿐 실제로 그 카드를 쓰지는 않았다. 미 의회의.. 2016. 4. 3.
[기자메모]‘남북’은 없는 미·북 평화협정 소동 비록 북한의 핵실험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미국과 북한이 지난해 가을 평화협정에 대해 비밀리에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은 한국 정부는 물론 언론도 놀라게 한 사건이다. 보도가 나온 후 3주가 지나도록 미 국무부 대변인과 대북정책특별대표, 주한 미대사관이 한국의 청중을 향해 미국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사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평화 협상을 병행 추진하자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제안이 있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돌아온다는 근본적인 결정을 내리면 궁극적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한반도에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 브리핑에서 “비핵화가 논의의 일부가 되어야 하고, 6자회담이 그것을 실.. 2016.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