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1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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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2036

아프간전 종료와 바이든 독트린 “후보 시절 나는 미국 외교 정책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경험과 역사, 세계에 대한 현실주의적인 이해에 의해 인도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략) 미군을 전투에 투입할 때 우리는 중대한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을 때에만, 그리고 분명한 목표와 승리를 위한 계획, 갈등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 때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 “첫째, 우리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와 함께 우리 임무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미국의 핵심 국가 안보 이익에 분명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략) 이것은 다른 나라들의 재건을 위한 대규모 군사 작전 시대의 종료에 관한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연설이라고 해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각각의 주인공은 스타일과 정책이 극과 .. 2021. 9. 7.
빈부격차와 공동부유 베이징 거리에 나서면 쉽게 접하는 이들이 있다. 메이퇀(美團) 같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와 디디추싱(滴滴出行)으로 대표되는 차량공유업체의 기사들이다. 아파트 단지에도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음식 배달 노동자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디디추싱 기사들은 대중교통 운전사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몇 가지 정책은 더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8일 차량공유업체가 기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낮추고 장시간 노동 문제에 대응해 기사의 노동권익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음식 배달 노동자 권익 보호 지침도 내놨다. 배달 노동자들을 사회보험에 가입시키고, 그들의 평균 수입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를 외신들은 기업 규제라는 관점에.. 2021. 8. 25.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의 꿈’은 왜 실패했나 2018년 2월10일 김여정 당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특사로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김 부부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신영복 교수가 쓴 ‘통(通)’이라는 휘호와 한반도 모양을 옆으로 누인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을 함께 걸어 ‘통일’이라는 글자를 완성한 배경 앞에서다. 이 사진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통일은 국가 대 국가의 ‘통일(統一)’이 아니라 소통하고 협력하고 왕래하는 ‘통일(通一)이다. 국가적 통일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고 후유증도 크기 때문에 전 단계로 군사적 긴장을 늦추고 평화를 구축해 교류협력을 시작한 뒤 동질성을 회복하면서 공존·상생하는 길.. 2021. 8. 20.
‘리틀 트럼프’의 코로나 도박 “당신은 그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치료실(ICU)에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은 개탄스럽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주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를 향해 이같이 일갈했다. 어린이 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플로리다주 소재 한 아동병원 ICU에 입원해 있는데 이들이 마스크를 썼다면 입원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학생들의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금지 조치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틀어 반격한 것이다. ‘리틀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디샌티스의 정치적 도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명에 가까운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원에 힘입어 2018년 40세 나.. 2021. 8. 11.
대홍수 참사의 교훈 중국은 지난 한 주 허난(河南)성에 쏟아진 폭우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허난성에서는 이번 폭우로 지난 26일 현재까지 69명이 사망하고, 129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鄭州)시다. 이곳에는 지난 20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201.9㎜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섬 지역을 제외하면 중국에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시간당 강우량이다. 지난 17~20일 72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617.1㎜로, 이 지역 연간 평균 강수량 640.8㎜와 맞먹는다. ‘천년 만의 폭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데는 지형적 특성과 태풍의 영향, 기상이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인력으로 막을.. 2021. 7. 28.
정상회담 불발이 보여준 ‘한·일 현주소’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에 참석해 한·일 정상회담을 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한·일관계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일 모두에 불행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일본 방문 계획을 철회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일본의 경직된 태도와 주한 일본대사관의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 막말을 무릅쓰고 일본을 방문하는 것이 모양 사나워서가 아니다. 강행했더라면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일은 정상회담의 형식과 성과 등을 놓고 감정적인 공방을 벌였다. 소마 공사 막말 파문으로 국민감정은 더욱 악화됐다. 정상회담 성과는커녕 환대를 받기도 어려웠다. 또한 국내적 여론을 의식해 회담 실패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비난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 2021. 7. 23.
백신 거부 설득과 강제 사이 지난 4일 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해병대 전쟁 기념비’에 많은 미국 시민들이 모였다. 포토맥강을 사이에 두고 미국 수도 워싱턴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미국 독립기념일 기념행사 중 하나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불꽃놀이는 기대보다 소박했지만 마스크를 벗고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여름밤 나들이 나선 미국인들의 얼굴에선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을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벌이며 ‘일상의 회복’을 만끽했다. 그는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 선언에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최악의 타격을 받으며 한없이 체면을 구겼던 미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신감은 백신이다. 지난.. 2021. 7. 14.
홍콩보안법과 두 개의 기념일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 반중·민주성향의 홍콩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立場新聞)이 지난 27일 이런 내용의 성명을 올리고 이전에 게재한 칼럼을 모두 내렸다. 문자의 옥은 과거 중국 왕조시대에 행해졌던 지식인들에 대한 탄압 방식이다. 서책이나 문서에 적힌 내용이 황제나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며 지식인들을 숙청했던 사건들을 일컫는다. 이 매체는 “홍콩에 문자의 옥이 왔기 때문에 모든 후원자와 필자, 편집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난달 이전 게재한 칼럼과 블로그 글, 독자 기고 등을 모두 내리고 필자와 게재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 빈과일보가 당국의 탄압으로 문을 닫은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보안당국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 2021. 6. 30.
북핵 문제 돌파구를 위한 대러시아 외교의 중요성 지난 16일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은 예상대로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회담을 의도적으로 긍정 평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은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인생에 행복은 없으며 오직 행복의 불빛만 지평선 너머에 있을 뿐’이라는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신뢰의 불빛을 봤다”고 했다.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는 회담을 이같이 평가한 것은 양국 모두 ‘냉전 이후 최악의 상태’인 미·러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세계질서를 양분했던 구소련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세계가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주목한 것은 양국관계의 변화가 세계.. 2021.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