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10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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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2036

[김흥규의 외교만사]국론을 결집하고 플랜 B를 모색하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국제정치를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이제 러시아의 군사행동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던 주요 변수가 사라졌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긴장과 군사적 대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미국이 주도하였던 자유주의 패권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는 이제 크게 세 개의 서로 다른 국제질서 패러다임이 상호 충돌하면서 각축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분법적 진영관에 입각해 있다. 그 전략가들은 더 이상 미국의 단일 패권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트럼프 말기 냉전적 세계관을 계승하면서 민주주의 세력 대 권위주의 세력의 진영 간 경쟁을 추진하였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강화하여, 중국-러시아-북한-이란-.. 2022. 2. 25.
어느 후보든 다 그럴싸한 공약은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현안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실생활과 직접 연관된 이슈가 아니어서 유권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외교안보 문제는 선거가 끝난 다음날부터 냉혹한 현실로 다가온다. 국내 정치적 사안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뿐이지만 외교와 안보 문제는 국가 운명에 영향을 준다. 앞으로 12일 뒤면 누군가는 새로운 대통령이 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외교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점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선점 경쟁으로 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로 동북아시아 안보지형이 꿈틀거리고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북한·중국·일본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은.. 2022. 2. 25.
[정유진의 사이시옷]1996년의 미국과 2022년의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이 같은 상황이 ‘뉴노멀’이 됐다고 말했다. ‘신’냉전이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21세기의 일상이 될 것이란 암울한 예측이다. 러시아는 동독 국경 너머로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는 1990년의 구두 약속을 서구가 먼저 깨뜨렸다면서, 양보 불가능한 협상 조건으로 나토의 동진을 멈추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핑계일 뿐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진짜 속내는 소련 제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야욕이란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까지 팽창해 온 나토로 인해 러시아가 느낄 위협감 또한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논란의 불씨가 된 나토의 동진은 어떻게 시.. 2022. 2. 24.
올림픽이 한·중에 남긴 과제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잔치가 끝났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성공 개최를 자화자찬하고 나섰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사뭇 달랐다. 개회식 때부터 시작된 각종 논란으로 ‘지구촌 축제’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는 평가다. 개회식 한복 문제에서 시작해 쇼트트랙 편파 판정 시비로까지 이어진 이번 올림픽 논란은 국내 반중 감정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해 온 선수들이나 자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국민들로서는 심판의 편파 판정이나 오심을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쇼트트랙 경기에서의 석연치 않은 판정은 국민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만 개회식 한복 논란은 의외였다.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중국의.. 2022. 2. 23.
고령화 위기 맞은 ‘젊은 중동’ 중동, 북아프리카(MENA) 지역은 높은 출산율로 인해 ‘젊은 중동’으로 인식되어 왔다. 낮은 취업률과 불평등한 계급 문제 등으로 인한 젊은층에서의 불만이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대규모 시위의 주요 배경 중 하나였을 정도로, 젊은층의 많은 인구가 사회적 문제의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일부 중동 지역의 인구 고령화,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는 이집트의 인구가 가장 많고, 터키와 이란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고령 인구도 많지만, 안정적인 출산율로 인구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인구가 사회적 고민거리이다. 문제는 터키와 이란이다. 터키는 중위 연령 32.2세, 이란은 31.7세로 두 국가 모두 세계 중위 연령 .. 2022. 2. 16.
[아침을 열며]‘차이나 스탠더드’의 위험성만 보여준 올림픽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 위안화를 선보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다. 여기에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 역량을 자랑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국제결제에서 기축통화인 달러화 의존을 줄이고 위안화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올림픽 개최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이어 14년 만이다. 디지털 위안화 구상이 보여주듯이 그사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기술, 산업, 무역은 물론 군사, 안보, 외교 등 전방위에서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일 정도다. 중국은 이미 현 국제정세를 ‘백년에 없는 대변동’ 국면으로 정의한 상태다. 서세동점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중국식 세계질서를 만들어 나갈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2022. 2. 14.
미국의 북핵 넘기와 한국 역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출범 1년에 즈음해 대북 외교에 관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북한은 새해가 밝자마자 다양한 미사일들을 시험 발사하며 능력을 과시했다. 급기야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까지 선보이며 ‘한반도 시계’가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조정되고 실용적인 대북 접근법’은 출발부터 소극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식 ‘일괄타결’이나 버락 오바마 정부식 ‘전략적 인내’를 모두 지양하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실용적 조처를 제공하는 단계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정책과 B정책을 지양하고 중간을 추구한다는 식의 설명은.. 2022. 2. 9.
‘라테파파’ 다시 보기 스웨덴에 살면서 한국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스웨덴에는 정말 라테파파가 많나요?”였다. 스웨덴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단어지만, 해외 및 국내 언론들은 한 손에 라테를 들고, 다른 손으로 유아차를 끌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육아휴직 중인 스웨덴 아버지들을 묘사하는 단어로 라테파파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스웨덴이 부모의 동등한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하는 제도를 잘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1995년부터 각 부모가 육아휴직의 일정 기간을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부모 할당제를 두면서 아버지들의 육아휴직 사용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는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성평등한 육아휴직 사용의 모범사례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스웨덴 사회보험감독위원회는 아.. 2022. 1. 26.
다시 시작된 김정은의 ‘새로운 게임’ 북한은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미국과 담판을 시작했다. ‘달라진 핵 위상’이 협상 무기였다. 그러나 2번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자 문을 닫아 걸고 국가전략목표를 다시 설정했다. 북한은 최근 5개월 사이에 모두 8차례의 미사일 실험을 감행했다. 이것은 김정은이 주도하는 ‘2번째 게임’의 초반부 모습이다. 김정은의 첫번째 게임은 집권 직후인 2012년부터 ‘핵무장에 대한 모호성’을 벗어던지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일성·김정일 시대 북한은 핵개발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의사를 내비치곤 했으나 김정은은 핵무장이 목표임을 명확히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 직전 만들어놓은 2·29 북·미 합의에 서명하긴 했으나, 곧바로 이를 뒤집은 뒤 핵무장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 2022.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