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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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2036

[여적] 기시다의 탈원전 포기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일본 정부와 원전업계가 어떤 경우에도 안전하다고 장담한 원자로는 지진해일로 인해 냉각장치에 공급되는 전력이 끊어지자 폭발했고, 엄청난 양의 방사능을 뿜어냈다. 일본은 원자로 57기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 조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원전이 필요하다는 논리 속에 ‘원전 르네상스’에 도취된 전 세계에 이른바 ‘현타’를 주면서 각국으로 하여금 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게 했다. 독일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 선언이 이어졌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원전에 의존함으로써 후손들에게 수만년 동안 위험한 핵폐기물을 떠안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창당됐고, 대통령 후보들도 앞다퉈.. 2022. 8. 26.
트럼프 “그쪽이야말로” 화법 퇴임 후에도 단 하루도 뉴스를 장식하지 않은 날이 없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난 8일 미 연방수사국(FBI)의 자택 압수수색 이후 더욱 등장 빈도가 높아졌다. 임기 내내 이어진 그의 전형적인 화법을 일컫는 ‘왓어바우티즘(Whataboutism)’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비난이나 어려운 질문에 대해 맞비난하거나 다른 이슈를 제기하는 응답의 기술이나 관행’이라고 이 단어를 정의한다. 상대가 잘못을 지적하면 “너는 어떻고”라고 받아치는 일종의 수사적 도구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예의 그 레토릭을 답습하고 있다. 비밀문건 유출 의혹으로 간첩 혐의까지 받고 있는 트럼프가 FBI의 압수수색에 내놓은 첫 반응은 ‘오바마도 그랬다’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 2022. 8. 24.
[여적]감염병 대통령의 퇴장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어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올해 안에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2020년 봄 정체 모를 감염병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을 때, 전 세계인은 혜성처럼 등장한 한 사람에게 주목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백발이 희끗한 이 남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브리핑실에 나타날 때마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사적모임 금지나 손씻기 등 기본 방역지침에서 백신 개발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대응책이 이 사람으로부터 나왔다. ‘감염병 대통령’이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82)이다. 파우치 소장.. 2022. 8. 24.
[여적]파티게이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취재진들에게 물의를 빚은 광란의 파티 영상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괴짜 총리’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올가을 퇴진한다. 성비위 전력이 있는 측근을 당 요직에 임명한 것도 모자라 수차례 말바꾸기를 하자 내각의 장차관들이 줄사퇴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하지만 그에 앞서 존슨의 발목을 잡은 근본 원인은 ‘파티’였다. 파티 애호가로 이름난 존슨 총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 수차례에 걸쳐 총리실 직원과 공무원, 보수당 의원 등과 파티를 하는 동영상과 사진이 잇따라 공개됐다. 물론 방역지침 위반이었다. 영국 언론이 ‘파티게이트’로 명명하면서 이 사건은 존슨의 정치생명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마침내 퇴진 위기로 몰아넣었다. .. 2022. 8. 22.
[여적]가난해지는 영국 영국 수도 런던 중심가의 한 남성복 매장에 ‘폐업 세일’ 알림이 붙어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2023년 말까지 영국의 경기 후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영국은 한때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식민지를 보유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티머시 파슨스는 에서 1815~1914년 영국 영토가 2600만㎢라고 썼다. 지구 표면적의 30%가량인 1억5000만㎢가 육지인데, 이 중 도시와 마을, 농지 등 사람이 사는 땅은 절반뿐이다. 당시 인류 거주지의 3분의 1이 영국 땅이었던 셈이다. 1921년 통계에서는 당시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4억여명이 영국 및 식민지에 살고 있었다. 영국의 영토가 줄어든 지는 오래지만, 버텨오던 경제마저 최근 악화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GfK는.. 2022. 8. 22.
무엇을 위한 ‘담대한 구상’인가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담대한 구상’은 역대 정부의 대북 제안 중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이며 가장 큰 규모의 대북 지원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이 호응할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조치와 경제 지원 교환’이라는, 이미 과거에 실패한 틀을 기초로 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적 지원 외에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것이 포함돼 있다 해도 새롭지 않다. 경제 지원과 안전보장은 북핵 협상 초기부터 항상 함께 고려됐던 사안이다. 북한이 지키려는 것은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과 세습독재 체제다. 따라서 안전보장 조치를 제공해도 북한은 안심하지 않는다. 경제 지원도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받아.. 2022. 8. 19.
[정유진의 사이시옷]뒤늦은 부고 1988년 미얀마는 민주화를 향한 열망으로 뜨거웠다. 랑군대학(지금의 양곤대) 물리학과 3학년이던 코 지미가 그녀를 처음 본 곳도 8888항쟁 시위 현장이었다.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몰려오는 군인들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발차기를 하며 싸우고 있었다. 훗날 그는 그 인상적인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이름을 알아볼 새도 없이 곧 학생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감옥에 끌려간다. 그때 그의 나이는 불과 열아홉 살이었다. 악명 높은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된 지미는 부정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풀어낼 길 없는 그의 증오는 간수들을 향했다.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가혹한 매질이었고, 그의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갔다. 그를 ‘마음의 지옥’에서 꺼내준 것은 우연히 같은 .. 2022. 8. 18.
[국제칼럼] 유럽 폭염이 들춘 노동자 인권 올여름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을 마주했다. 지난 7월, 영국 런던의 최고기온은 40도에 달했으며,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등 대륙 유럽 역시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각지에서 열사병으로 수천명이 사망했고, 야외 현장 노동자들의 사망 사례들도 연일 보도되었다. 폭염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쓰러지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유럽 내 노동조합과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일터 내 최고온도 설정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상당수가 작업장의 최고온도를 설정하지 않아 노동자의 건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초국적 차원의 법 제정을 촉구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일터 내 최고온도와 관련한 법을 두고 있지 않지만, 고온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2022. 8. 17.
[시론] 한·중 수교 30년,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오는 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수교가 되던 1992년, 나는 한 재단에서 파견한 중국학 연구원으로 베이징에 체류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사회주의 ‘풍속’이 엄연히 존재했다. 영화 의 한 장면에 나오는 것처럼 국영상점에서는 점원이 거스름돈을 던져주는 일도 흔했다. 환율제도도 공식 환율과 시장 환율이 다른 이중환율제를 선택하고 있었다. 시장 환율은 요동치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암시장에서 적절한 순간에 높은 환율로 달러를 인민폐와 바꾸는 일은 중국 체류 외국인에게 중요한 일상이었다. 생활은 낙후했지만 만나는 중국인들 대부분은 순박하고 친절했으며,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에 대해서 관심도 높고 좋은 인상도 가지고 있었다. 격세지감을 느.. 2022.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