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8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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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2036

[여적]핀란드의 중립 포기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39년 11월30일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했다. 인구 370만명인 핀란드가 소련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토의 10%를 내주고 3개월여 만에 굴복했다. 하지만 발트3국과 달리 소련에 재병합되는 운명은 피했다. 이런 경험은 핀란드가 종전 후 중립국을 선택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1948년 소련과의 우호조약으로 중립국 지위를 인정받은 핀란드는 마셜플랜을 거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대신 소련이 국내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자국의 이익을 양보하며 국가를 유지하는,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국제정치 용어가 나온 배경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핀란드를 여러 차례 소환하고 있다. 전쟁 초기 에마.. 2022. 5. 17.
아프간 여성의 눈물 닦아주자 2021년 3월에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2021 젠더격차보고서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처음으로 지수화되기 시작했다. 아프간은 글로벌 젠더격차지수의 경제 참여와 기회, 교육 수준에서 가장 낮은 순위로 매겨져 156개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글로벌 젠더격차보고서의 비교군 국가로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아프간 여성 인권의 유의미한 성장이었다. 특히 아프간 의회 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전체의 27%를 기록하고, 정치적 임파워먼트 부문에서 156개국 중 111위를 차지하는 등 뚜렷한 발전을 보여주던 차였다. 그래서 2021년 8월에 갑작스럽게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탈레반 복귀 사실은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 향상에 힘써온 국내외 페미니즘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최근 탈레반이 히.. 2022. 5. 11.
북핵 문제와 ‘글로벌 중추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한 말 가운데 인상 깊었던 대목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에만 너무 많은 역점을 두는 바람에 글로벌 외교가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비판한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서 지역이나 이슈에서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그렇게 할 역량도 갖췄다. 윤 당선인의 말은 북한과 군사적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한국이 처한 딜레마를 외면하거나 경시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가 목표로 내건 ‘글로벌 중추 국가’로 가기 위해서도 북한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이다. 말하자면 북한 문제는 한국이 피할 수 없는 ‘근본 모순’인 셈이다. 북한이 연초부터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핵·미사일 문제는 윤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직면할.. 2022. 5. 4.
[여적]바이든의 전쟁 전쟁은 종종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피해도 더 커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렇다. 당초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위가 예상됐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항전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은 누구도 전쟁의 향배를 짐작하기 어렵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의 전쟁’에서 ‘바이든의 전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상원의원·부통령 시절 바이든은 외부의 위협에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지만 군사적 조치는 선호하지 않았다. 부통령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20년 만에 종식시켰다. 그런 그가 우크라이나 .. 2022. 5. 3.
유럽의 사례로 본 차별금지법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보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일곱 차례 법안 제정을 시도했으나 연거푸 실패해 왔다. 현 21대 국회에서도 총 4건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심사조차 되지 않았다. 한국의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성적 지향, 동성애 등의 지엽적인 문제에 갇혀 해당 법의 진정한 효과인 평등권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라진 채 표류하고 있다. 계속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앞서 차별금지법을 도입한 유럽의 사례가 그 이유를 보여준다. 우선, 유럽 국가들의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정의와 범위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영국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인 평등법은 차별의 의도성을 바탕으.. 2022. 4. 27.
[여적]“앙코르 마크롱” 선출직 경력 전무, 현역 의원 없는 정당 창당. 정치 신인인 그가 내세울 것은 변변찮았지만 성과는 눈부셨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기세로 결선투표에서 압승을 거둬 39세에 국가 정상에 올랐다. 그의 신생 정당은 ‘공화·사회’ 양당 정치의 틀을 깨고 1당이 됐다. 당선 후 행보도 거침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 배틀’을 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르사유궁전으로 불러들여 위세를 과시했다. 비록 ‘독재자’ ‘태양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지만, 5년 전 혜성처럼 등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와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판치던 세계 정치판에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마크롱이 24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다시 마린 르펜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프랑스 .. 2022. 4. 26.
‘양날의 칼’이 된 제로 코로나 “거대한 노력으로 코로나19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 방역 투쟁은 중국의 정신과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2020년 9월 중국은 방역 표창대회를 열고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한창 팬데믹에 시름하던 때였다. 시진핑 주석은 방역 유공자들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하며 “코로나19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성과는 중국 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의 우수성을 보여줬다”고 자찬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를 가장 먼저 극복하고 일상을 되찾는 나라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해 중국은 2.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주요 경제국 가운데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 중국의 방역 정책은 이후에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지난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 2022. 4. 20.
이슬람 단식월 ‘라마단’ 의미 올해 4월2일부터 5월1일까지 한 달 동안 세계 무슬림들은 단식월을 맞이했다. 한국은 4월3일부터 시작되었다. 이슬람력 9월인 ‘라마단’은 아랍어로 뜨거운 열기를 뜻하는 ‘람다’라는 명사에서 유래되었다. 아랍어로 열두 달의 명칭은 그 달의 열기를 고려해 정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슬람력은 매년 11일 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라마단을 맞이하는 절기는 해마다 달라져, 어떤 해의 라마단 달은 여름이 되기도 하고, 어떤 해에는 겨울에 라마단 달을 맞이하기도 한다. “라마단 달은 쿠란이 내려진 달이라. 쿠란은 인류를 위한 길잡이이자 분명한 증거로서, 길잡이인 동시에 옳고 그름의 기준이라”(쿠란 제2장 185절). 쿠란이 현세의 하늘로 계시된 달이 바로 라마단 달이기 때문에 무슬림들에게 라마단 달은 성스러운 달이.. 2022. 4. 13.
[여적]마리우폴 봉쇄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1941년 6월22일 소련을 침공한다. 그해 9월 초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진격한 독일군은 도시를 점령하는 대신 봉쇄를 선택한다. 악명 높은 ‘레닌그라드 봉쇄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주민들을 굶겨서 항복시키는 전술로, 1944년 1월27일까지 872일 동안 전체 주민의 3분의 1인 100만명이 희생됐다. 기아뿐 아니라 독일군의 계속된 공습과 포격, 괴혈병, 혹독한 추위 등이 주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굶주림에 지친 주민들은 동물은 물론 의약품과 아교풀, 가죽 등을 먹어가며 연명했다. 심지어 인육을 먹는 비인간적인 행위까지 강요함으로써 군사적 봉쇄작전의 잔혹함을 보여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현대판 레닌그라드’로 만들고 있다. 지난달 초.. 2022.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