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로또’ 확산…2시간 만에 866채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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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분양 로또’ 확산…2시간 만에 866채 완판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6. 21.

‘주택 분양 받으면 로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이상 과열 현상을 보여온 중국 부동산 시장이 1선 도시에서 2선 도시로 확대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에는 2시간 만에 866채가 분양 완료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중국의 중소도시인 허페이시에서 주택 분양 받기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CCTV2 화면 캡처

 

최근 중국 공영방송인 CCTV2 시사프로그램 <교역시간>은 허페이시 빈후(濱湖)구의 한 신규주택 분양 현장을 취재했다. 오전 7시도 채 되기 전에 150m가 넘게 줄을 섰다. 분양 자격을 갖춘 이들만 2000여명이 몰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건설회사 측은 어쩔 수 없이 현장에서 12조로 나눠 추첨하는 방식으로 분양에 나섰다. ‘분양 로또’에 당첨된 이들이 주택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은 1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2시간 만에 866채가 전부 판매됐다. 인구 965만명의 허페이시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5600억위안(약 99조4559억원)으로 도시별 순위 31위에 해당하는 중견 도시다.

 

CCTV는 1선 도시의 부동산 규제가 심해지면서 부동산 광풍이 난징(南京), 샤먼(廈門), 쑤저우(蘇州) 등 2선 도시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도시의 중요도와 발전상황 등에 따라 1∼4선 도시로 분류한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톈진 등 5개도시가 1선 도시이며, 항저우·난징·지난·충칭·칭다오 등이 2선 도시에 해당한다.

 

중국의 한 고층 아파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본업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허페이에 살고 있는 션다웨이(沈大僞)는 800㎡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식자재를 구입하고 오후 11시까지 열심히 일해도 수입은 변변치 않다. 그는 지난 2006년 상하이에 산 집이 6년 만에 수십만 위안으로 뛰면서 2013년 허페이로 돌아와 식당을 개업했다. 션다웨이는 “당시 빈후구의 집 한 채를 구입했는데 대출받아서 한 채를 더 안산 게 후회막급”이라고 말했다. 2013년 8월 구매당시 1㎡당 6000위안이었지만 현재는 1만5000위안으로 두 배 넘게 껑충 뛰었다. 난징(南京)에 살고 있는 저우징(周晶)은 2015년부터 난징 부동산 가격이 들썩였다고 기억했다. 방송관련 일을 하는 그는 본업으로 번 돈으로 친구와 함께 부동산을 구매했는데 1㎡당 8000위안씩 올라 방송일보다 더 많은 수입이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 구이저우성의 한 주택단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중국 부동산 가격 상승 현상을 올 봄 정점에 달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3월 70개 주요 도시 중 부동산 신규 분양 가격이 전달 대비 상승한 곳이 62곳에 달했다. 신축주택 가격 기준으로 선전은 전년 동기 대비 61.6%, 상하이는 25.0%, 베이징은 16.0%, 광저우는 15.2% 올랐다. 이중 선전은 1년 4개월째 중국 내 집값 상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마싱루이(馬興瑞·57)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시 서기는 “바다를 메워서라도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고육지책까지 내놨다. 상하이의 한 신규 분양 아파트는 1시간도 되지 않아 102채가 전부 팔렸다. 중국에서는 하루 만에 분양 마감 되는 인기 아파트를 ‘르광판(日光盤)’이라 부르는데, 이를 넘어 수 시간 만에 분양이 끝나버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현지 언론은 ‘시광판(時光盤)’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부동산 폭등에 따른 리스크 증가를 우려한 선전, 상하이시는 지난 3월말 외지인의 주택구매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주택구매 제한과 부동산대출 규제 제한 등 대응책을 내놓고 시장 진정에 나섰다.

 

그러나 1선 도시 부동산 규제책으로 부동산 투자자의 시선이 2선 도시로 쏠리며 과열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을 중국 정부가 금리·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시장에 돈을 풀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는다. 실물 경제는 침체돼있고 주식 시장도 불안하다 보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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