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중국 ‘SNS 애국주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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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중국 ‘SNS 애국주의’ 열풍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7. 20.

세계 최대 에어컨 기업인 중국의 거리(格力)전기 둥밍주(董明珠) 회장은 자사 전기밥솥 광고에 나와 소비자들에게 호소했다. “이제 해외에서 전기밥솥을 사올 필요가 없습니다.” 둥 회장은 남편과 사별한 뒤 36세에 말단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17년 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CCTV ‘프라임 타임에 직업 나와 광고했지만 중국인들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누리꾼들은 철지난 애국주의 구호가 짜증난다고 비난했다.

 

중국인들이 지난 19일 허베이성 러팅에 있는 KFC 매장 앞에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러팅 _ 아이칭다오인터넷망

 

중국인들은 국산품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한다. 홍콩 행정부의 구매 제한에도 중국인들의 분유 싹쓸이는 멈추지 않았고, 중국 정부의 면세 혜택 폐지에도 해외 직구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호소도, 규제도 멈추게 하지 못한 중국의 수입품 구매 열풍이 소셜미디어 애국주의라는 복병을 만났다. 지금 중국 소셜미디어는 아이폰7 불매운동으로 뜨겁다.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남중국해 판결로 미국에 연속 펀치를 맞은 중국인들이 미국을 대표하는 애플사의 아이폰을 겨냥한 것이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에 대해 대()북한 거래 조사에 들어간 것을 언급하며 중국에서 미국 스마트폰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는 중국에서 아이폰7이 출시 당일 완판된다면 미국의 체면만 세워주는 것이다. 나부터 애국하는 마음으로 아이폰을 사지 말자는 글이 퍼지고 있다. 이 글을 보는 즉시 주변의 최소 50명에게 전달해 알리자며 일종의 행운의 편지식 독려까지 하고 있다.

 

아이폰을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은 더 선정적이다. “아이폰에서 격침, 침략, 불법점령, 강탈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첫 번째 연상단어가 중국이라며 미국의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 글은 그동안 애플사가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고,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분노와 치욕을 느낀다앞으로 다시는 애플의 어떤 제품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이폰의 입력 연상단어는 인터넷 연관검색어, 사용자 습관 등과 관련이 있는데 아르헨티나, 중국 불법어선 발포 격침등 최근 뉴스 때문에 격침과 중국이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음모론의 진실 여부를 떠나 아이폰 불매를 독려하는 이 글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가장 민감한 영토, 국가 안전 문제가 침해받는다고 생각하자 애국주의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것 같던 ‘90허우’(90·1990년 이후 출생자)마저 가세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무서운 파급력 속에 애국주의도 나날이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한국도 애국주의의 타깃이 될 기미가 보인다. ‘한국·일본 제품, KFC, 도요타·혼다·아이폰7은 국난이 눈앞에 닥친 지금 절대 사면 안된다. 사면 남중국해를 공격한 적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미국·일본·한국을 가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애국시()’까지 퍼지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이 발표되자 중국은 외교부 성명에서 이례적으로 강렬한 불만단호한 반대라는 강한 표현을 썼다. 중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보다 두려운 것은 통제 불능의 소셜미디어 민심이다. 최근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인들에게 한국 물건 제재를 호소했다는 글이 돌았다.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한국은 중국의 충고를 듣지 않고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데 동의했다.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댓글을 달며 동조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애국주의는 하루가 다르게 격렬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 높은 한류나 한국 제품이 아이폰처럼 불매운동의 직접 타깃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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