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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9살인 류루이링은 2년 전 세계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사교사가 꿈인 그는 고향인 산시성 뤼량시 직속 교육기관의 모집공고를 발견하고 흥분했다. 열심히 준비했고, 200명 넘게 응시한 필기시험을 가뿐히 통과했다. 면접 대상자 6명 중 2명을 뽑는 3 대 1의 경쟁률. 석사학위 소지자는 류루이링뿐이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 인사과에서 갑자기 면접시험 자격 취소를 통보해왔다. 모집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역사학 전공자만 응시할 수 있는데 당신의 전공은 세계사이지 역사학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했다. 역사학의 세부과목인 세계사가 역사학에 속하지 않는다니.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이치라 세계사가 역사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중국 누리꾼들은 ‘법률 석사는 법학 전공이 아니다’ ‘중국언어문학부는 중국언어문학 전공이 아니다’ 같은 패러디를 하며 부당한 처분을 비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해당 기관은 업무상 착오였다고 해명하고 류루이링에게 다시 면접시험 자격을 부여했다.

 

이 뉴스가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홍당무 채용’ 관행 때문이다. 홍당무나 무를 땅에서 뽑고 나면 딱 맞는 구멍 하나가 생기는 것을 빗대, 내정자를 뽑기 위해 자격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정부 산하 교육기관이나 사업 단위에서 ‘관시(關係)’가 얽힌 지원자를 채용하기 위해 쓰는 꼼수다. 지난해 푸젠성의 핑난현 재정국 직속 유가증권관리소가 모집공고에서 내건 지원 자격이 대표적인 예다. ‘학사학위 소지자(석·박사 불가), 외국학교 학위, 국제회계 전공, 대학 영어 4급, 여성, 25세 이하, 핑난현 호적.’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영국에서 국제회계를 전공하고 귀국한 재정국장의 딸뿐이었다.

 

졸업 시즌을 맞아 취업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은 795만명에 달한다. 대학 졸업 후 창업하는 이들 중 3년 내 성공할 확률은 1%. 수백만의 졸업생은 좁은 취업문으로 몰린다. 마오타이주로 유명한 마오타이그룹은 최근 술 제조 등 업무에 337명의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그룹 측은 서류전형과 면접뿐 아니라 남성은 1000m, 여성은 800m 달리기에서 4분30초 내에 들어와야 한다는 체력검정 항목까지 넣었다. 그러나 구직자 수십만명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 본점 관리직 691명의 간부 중 221명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관련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시’로 무장한 일부 계층이 기회를 선점해 다른 지원자들은 기회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계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기회의 제공은 모든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 대표적 빈곤 지역인 간쑤성 딩시시에 사는 장애인 웨이샹은 대입시험인 가오카오에서 750점 만점에 648점을 받아 원하던 칭화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선천적 척추장애로 거동이 불편해 어머니의 돌봄 없이는 대학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는 칭화대 측에 어머니와 함께 거처할 기숙사를 마련해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에도 ‘간쑤성 대입 고득점자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렸다.

 

사연을 들은 칭화대는 웨이샹에게 편지를 보내 “무료 기숙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인생은 고달프지만 믿음을 갖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중국장애인협회에서 전동휠체어를 선물하고 생활보조금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칭화대가 웨이샹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에 박수를 보냈다. 웨이샹에게 무료 기숙사를 내주기로 한 칭화대의 결정에 특별대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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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