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북전단 총격’의 행간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기고]‘대북전단 총격’의 행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12.

지난 11일 오후 북한이 우리측 탈북자단체들이 보낸 대북전단지 수송기구를 향해 고사총을 발사했다고 한다. 이에 우리 군은 대응사격을 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또 대응사격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서는 이번 북한의 행태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문제의 발생에 대한 원인과 진단에 오해와 편견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북을 편들려고 하느냐’고 따져 물을 분들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 그래도 사안을 바로 보아야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나오고, 나아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행동이나 언어는 액면 그대로 보아서는 안되며,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를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것이 지난 10년 가까이 수없이 많은 북측 인사들과의 만남 가운데 필자가 경험하고 느낀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야 표현의 자유라는, 더욱이 탈북민들의 북한의 자유화를 위한 간절한 소망, 열정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도 없지 않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상대가 있는 법이다. 북한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대북 전단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해 오면서, 그들의 불편한 심정을 토로해 왔다.

더욱이 제2차 고위급 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전단을 또 살포했으니 이번과 같은 반응은 이미 예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저들이 아직도 고위급 회담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되지만, 만약 대북 전단을 보낸 통일전망대로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한번 생각해보라….)

만약 불교 신자나 기독교인들 앞에서 석가모니나 예수를 원색적으로 비난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마찬가지다. 북한 입장에선 존엄(백두혈통)에 대한 비난은 불경죄요, 그들 존재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2004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시 우리 측 행사요원이 금강산 치마바위에 새겨진 ‘천출명장(天出名將) 김정일 장군’이란 문구를 가지고 농담을 하다가 행사가 중단되는 등 호되게 혼이 났던 기억이 있다. ‘천출’은 ‘천한 출신’이라 사전에 설명되어 있다고 농담을 한 것이다. 우리에겐 농담이지만 그들에겐 불경죄라는 문화의 커다란 간극을 발견한 사건이었다.

백두혈통은 마치 조선 왕조 시절 왕에 비유되는 존재다. 유기체의 뇌수(머리)와 같은 존재로서 모든 인민들(각 지체)의 삶을 책임지는 종교적인 의미를 갖는 그런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존재감을 무시하면서 어떻게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표현의 자유는 우리 체제 내의 문제이지 다른 체제(북한은 유엔에 가입한 국가다)에 대해 주장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중국을 향해 전단을 살포해도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방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10일 오후 경기 연천군 중면사무소에서 북한이 남측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향해 발사한 고사총탄이 떨어져 파인 자국이 보인다. _ 연합뉴스


이제는 과거 1960~1970년대와는 남북의 상황이 너무도 많이 변했다. 국민소득이 8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하지 않는가. 그냥 끌어안고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면서 저들 스스로가 변하도록 배려함은 어떨까.

사실 북한은 인권이 무엇인지, 민(民)이 주(主)가 되는 사회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빈번한 우리들과의 만남 속에 하나씩 하나씩 배워 가야 함이 지금 북한의 사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북한과 우리 자신들을 냉정하게 성찰했으면 한다. 더욱이 이달 말 개최 예정인 제2차 고위급 회담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 준비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이성원 | 한라대 북한경제연구원 부원장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