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관계 전환의 첫걸음은 상대 비난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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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남북관계 전환의 첫걸음은 상대 비난 않기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0. 6.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김양건 조선노동당 비서의 남한 방문은 남북관계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외였고 놀라운 일이었다. 3인의 방문 이틀 전까지만 해도 남북이 상대를 자극하는 언사를 동원해 공방전을 펼쳤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이는 3인이 방문하고 이를 환영할 관계가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로 넘어와서도 남북관계 단절이 계속되었을 만큼 남북은 불신을 쌓는 오랜 시간을 보냈고 그만큼 남북관계의 토대도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 바로 그 때문에 3인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장담하는 일이 쉽지 않다. 3인의 방문 한번에 불신이 해소되고 관계가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주말의 갑작스러운 전환만큼 언제라도 다시 대결 국면으로 복원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남북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돌발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전히 남북관계를 지배하는 이명박 정부 초기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이 좋은 예이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런 우발적 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노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그건 변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발적 사건 하나로 파탄 나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우발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양건 북한 대남담당 비서가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얘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10월 말 혹은 11월 초로 예정된 2차 남북고위급 접촉에서 성과를 내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지속성 있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 통로는 고위급 접촉으로 할 수도 있고 남북 장관급회담 복원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마침 북한이 3인 방문 이후 대남 비방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3인의 방문 전까지만 해도 북한 인권 문제로 대북 공세를 취할 듯하던 박근혜 대통령도 대북비판 없이 3인의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고위급 접촉이 단발성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의 정례화”로 발전하기를 희망했다. 정부가 이번 불씨를 살려 일상적 대화가 가능한 관계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 북 모두 상대를 배려하는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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