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 통합하는 프랑스 철도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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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다시 통합하는 프랑스 철도에서 배워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11. 5.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프랑스 교통부는 철도공사(SNCF)와 철도시설공단(RFF)으로 분리해 운영되던 프랑스 철도시스템을 다시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철도공사 창립 75주년을 맞아 교통부 장관 프레데릭 퀴빌레에르는 철도공사가 철도시설공단을 다시 흡수 통합하는 방식으로 1997년 이후 상하 분리됐던 철도운영체계를 통합시킬 것을 공식 선언했다.


1997년 망하기 직전에 있던 민간 철도시스템을 국영철도로 전환했던 것은 급진 좌파정부인 인민전선이었다. 이후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띤 유럽연합이 2019년까지 유럽 내 모든 철도운영의 경쟁화, 자유화 원칙을 정함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민영화와 자유경쟁화를 위한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철도의 운영과 시설관리를 나누는 소위 상하 분리를 단행하게 된다. 


(경향신문DB)


 그러나 철도여객서비스와 기간시설 관리를 분리해 운영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기존의 운영체제보다 연간 10억~15억유로의 천문학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며, 끊임없는 사고와 장애를 드러내면서 지속할 수 없는 결함을 가지는 구조임이 드러났다. 


철도 현장에 있는 노조 측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통합된 구조로의 회귀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올랑드 정부 들어 정부에서도 현실을 인정하고, 재통합으로 철도정책이 가닥을 잡게 됐다. 교통부 장관은 과거 철도분야에서 시도해 오던 경쟁구도를 이것으로써 종결하며, 오늘의 결정이야말로 새로운 도약이며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결정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프랑스 철도노동자 총연맹 등은 즉각 환영 성명서를 내고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로써 영국의 철도 민영화가 가져온 악몽에 이어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민영화된 철도가 성공하는 법은 없다는 정설이 다시 한번 프랑스에서 입증됐고, 프랑스 정부는 그들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통합체제로 회귀함으로써 유럽연합이 구상하는 철도분야에서의 경쟁 계획은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프랑스의 철도노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임기말에 무리하게 KTX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향해 “민영화된 철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유럽연합의 자유경쟁주의 노선에 따라 일부 민영화된 노선과 분야(화물수송 등)에서 드러난 사실들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프랑스 철도공사와 기술협력 협약을 체결한 코레일은 기술뿐 아니라 운영체제에 있어서의 뼈아픈 조언을 새겨들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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