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정의 파리통신]시장님의 단식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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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의 파리통신]시장님의 단식투쟁

by 경향글로벌칼럼 2012. 11. 13.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우리 시에 500만유로(약 7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라!”


파리 북동부에 위치한 인구 5만 남짓의 작은 도시, 세브란의 시장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국회 앞에서 텐트를 쳐놓고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 작은 도시의 시장이 국가를 상대로 터무니없는 떼를 쓰고 있는 걸까? 스테판 가티뇽 시장이 소위 탁자에 앉아 논의를 벌이기보다, 거리에 나와 닷새째로 접어든 단식투쟁을 벌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유럽에서 가장 여유로운 나라에 속하는 프랑스에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가난한 시와 부유한 시의 격차가 줄어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환기시키고 싶어서다.


 전국에서 가장 재정적 상황이 안 좋은 조건에 속하는 자신의 도시가 더 많은 도시연대기금(DSU)을 받을 수 있도록, 그는 ‘긴축’을 향해 돌진하는 정부를 향해, “더 많은 평등”을 온몸으로 외치기로 한 것이다.


(경향신문DB)


도시연대기금은 재정상황이 열악한 100개의 인구 1만 이상의 도시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기금으로, 국가가 대상 시를 선정해 지급한다. 시재정에서 부족한 부분이나 교육재정, 도시 전체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며, 시별 기금 규모는 해당시 주민의 수입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는 이 기금의 전체 규모를 50% 상승시킨 7500만유로 수준으로 지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가티뇽 시장은 그 정도 빵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는 기금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니, 약 2억유로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11년 전부터 세브란 시장이 된 그는 가난한 도시들이 겪고 있는 참혹한 생존 조건에 대해 경종을 울려 왔다. 이번에 그가 다소 충격적인 방식을 취하게 된 건, 그동안 그의 외침이 거의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았기 때문. “나에게는 이 외로운 외침을 포기하든가, 시장직을 사임하든가, 정부를 향해 싸우는 것, 이 세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나는 결국 싸울 것을 선택했다. 좌파가 집권한 만큼, 약간은 더 희망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브란에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수가 적다. 비슷한 규모의 시들이 갖는 평균 세수에서 35%가량 적은 규모다. 2005년 방리유 사태의 주 무대이기도 했던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주민 연령이 어리고,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하나다. 방리유 주민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위기’ 상황이며, 이 도시의 청년들은 실업과 무기력, 그리고 마약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더 많은 배움과 더 단단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가티뇽 시장은 절규한다.


그의 배고픈 투쟁은 성공할까? 적어도 여론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선 대성공이다. 지난 주말부터 프랑스의 모든 주요 언론이 그의 텐트로 몰려들어 그의 주장을 전하고 있다. 내무부 장관 마누엘 발스를 비롯하여, 주택부 장관, 국회의장, 국회의원들이 그의 천막을 다녀가며, 그의 투쟁에 연대를 표했다. 


프랑스의 모든 지역주민들이 똑같은 공공서비스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사실, 즉 지역적 평등의 실현이야말로 공공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뒤플로 주택부 장관은 가티뇽 시장에게 지지를 표했다. 오늘,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화요일 현재, 국회에서는 바로 이 도시연대기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한 시장의 목숨을 건 투쟁으로 여론의 이목을 한몸에 받으며 진행될 오늘의 국회 논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시장님의 단식이 긴축의 단단한 벽을 무너뜨리는 첫번째 짱돌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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