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중·일 ‘동북아 외교전’… 한국 소외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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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미·중·일 ‘동북아 외교전’… 한국 소외 경계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11. 18.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에서는 미국·중국·일본 3국 간에 비공개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미·중·일 3각 관계의 현상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3국의 고위 외교관리를 비롯, 동북아 저명한 전문가들이 참가해 동북아 정세에 대해 열띤 공방전을 전개했다.

이 자리에 한국인으로서는 필자 혼자 참가했다. 참석자의 대부분은 이 포럼에 ‘한반도인’이 참가하고 있는 줄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현안 논의에 한반도인들은 배제한 채 우리의 터전인 한반도에 대해 이리저리 난도질을 해댔다.

그 자리의 전체적 분위기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무엇보다 중·일 양국의 대립이 두드러졌다. 예를 들면, 일본의 외무성 관료가 최근 중·일 양국 사이에서 합의했던 ‘관계개선을 위한 4대 원칙’에 대해 일본 정부가 대승적인 자세를 취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에 중국 학자들이 앞다투어 발언권을 신청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일본인 학자가 “중국이 보다 더 대국답게 행동하길 바란다”고 하자 한 중국인 교수가 몸을 부르르 떨며 “일본이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돌직구를 던졌다. 이처럼 포럼장은 현재의 중·일 관계를 옮겨 놓은 듯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포럼에 임한 미국 측의 태도도 눈에 띄었다. 미국 측은 “중·일의 긴장 국면은 중국의 급격한 군사력 확대에서 비롯된 것”, “미국은 동맹국 일본을 지키기 위해 역내의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등, 일본에 가까운 모습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한편 3국의 참가자들은 한반도와 관련된 사안에도 거침이 없었다. 예를 들면 한 미국인 학자가 “동북아에서 미국이 리밸런싱 전략을 취하는 것은 북한 때문이다”라며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에 동맹국 일본을 지키기 위해 ‘제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중국 전문가들은 “제반 조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중국 또한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응수했다. 우리의 터전 한반도에 대해 이들은 이렇듯 “제반 조치” 운운하며 한반도인으로서 소름 끼치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국립외교원이 주최하고 외교부가 후원하는 ‘2014 동북아 평화협력포럼’이 28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열리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러한 이들의 태도는 포럼 후반기에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급변했다. 필자를 바라보며 우호적인 미소를 보이는가 하면, 일본 측은 “일본과 한국은 전통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라며 뜬금없이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질세라 중국 측도 “현재 중국인들은 한국을 친척처럼 여기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더 나아가 이번 포럼의 좌장격인 전문가는 “동북아의 주요 미·중·일 3국은…”이라며 써왔던 호칭을 “동북아의 주요 미·중·일·한 4국은…”이라고 고쳐 말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들에게 “동북아에 대한 논의에서 대한민국을 배제해선 안 된다. 우리는 과거와 다르다”며 이들이 각각 우리를 필요로 하는, 우리를 함부로 할 수 없는 부분 등에 대해 예리하게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러므로 내년부터는 한국도 참가하는 한·미·중·일 4국 간의 포럼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날 밤 필자는 잠을 제대로 이루질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미·중·일 3국도 생존을 위해 이렇게 치열한데 우리는 과연 이대로 좋은가. 저들이 날 선 공방전을 벌이던 그 순간에도 정치권은 온통 기득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고 우리 사회는 좌·우와 보수·진보로 양분되어 서로 헐뜯고만 있으니…. 미·중·일이 으르렁거리는 저 구석 한 편에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흐느끼고 있는 것 같아 아찔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이 너무나 걱정된다.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우수근 |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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