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중 첫 ‘관·민 합동 대화’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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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한·중 첫 ‘관·민 합동 대화’에 거는 기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7. 5.

한국과 중국 간에 관·민 합동 대화체제가 출범한다. 이름하여 ‘한·중 1.5트랙 대화체제(한·중 1.5 대화)’이다.

지난해 7월 중국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한 시 양국 정상이 합의한 지 1년 만에 중국 주하이(珠海)에서 첫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한·중 간에는 정상회담, 외교장관회담, 차관급 전략대화 등 정부 간 대화가 빈번히 개최되고, 양국 우호친선협회, 대학, 기업, 연구소 간 민간 차원의 크고 작은 대화체제가 운영되어 왔지만, 관(官)과 민(民)이 한자리에 모여 양국 간 포괄적인 관계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중 양국은 1992년 8월 수교 이래 지속적으로 비약적인 관계 발전을 이루어왔다. 지난해 우리 통계를 보면 양국 간 교역량은 2353억달러로 수교 당시 63억달러의 37배로 늘었다. 양국 간 인적교류는 수교 당시보다 80배 증가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0여년간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이룩된 관계 증진이 바탕이 되어 양국은 현재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다.

명실상부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데 관건적 요소는 양국 정부와 국민 간 신뢰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중국 방문 시 언급한 무신불립(無信不立)은 한·중 미래 청사진 그리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신뢰 구축을 위해 소통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2013년 양국 신정부 출범 이래 6차례의 정상 간 회동이 있었고, 정부 간 4대 전략대화를 신설·가동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 _김영민 기자 공동취재단



한·중 1.5 대화는 양국 관계의 전 분야에 걸쳐 민간 전문가와 정부 당국자가 함께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양국 정부와 국민 간 전략적 소통의 외연을 넓히고 토의 내용의 깊이와 구체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그간 미국, 일본, 호주 등과의 예에서 보듯 우리와 타국 정부 간 1.5트랙 대화는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중 간에 1.5트랙 대화체제를 출범한다는 것은 한·중관계 발전에서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소통하는 체제를 마련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중관계가 포괄적·복합적으로 성장·발전했다는 것이고, 바람직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주도에 더하여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참신한 아이디어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중 양국을 둘러싼 새로운 도전에 대처해 나가려면 이제는 소수의 정책결정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의 역량과 지혜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7일 주하이에서 열리는 제1차 ‘한·중 1.5 대화’는 양국 외교부가 공동 주최하며, 각자 외교부 차관보가 단장이 되어 외교·안보·경제·언론·문화·학술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양국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2년여 전 주중대사로서 한·중관계 발전에 진력했던 필자가 이제 ‘한·중 1.5 대화’의 민간대표로 참여하게 되어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아무쪼록 대화에 참가하는 양국 대표들의 진지한 노력이 양국 국민의 각별한 관심과 성원 속에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이웃(好隣居)’으로 성장·발전해 나가야 할 양국의 바람직한 미래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규형 | 한·중 1.5 대화 민간대표·전 주중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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